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실용주의 외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초점은 자원외교와 투자 유치다. 각국 외교사절은 물론 개별기업 총수와도 회동을 할 방침이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이 당선인의 철학이 묻어나는 행보들이다.

이 당선인은 31일 오전 주한 아랍계 13개국 대사들과 회동했다. 이 당선인은 “(오늘 참석한 상대국들중) 튀니지를 못가본 것 같고 그 외에는 대부분 가본 것 같다”며 “앞으로 새 정부는 여기 오신 아랍 국가들과 더 깊은 관계를 갖고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외교정책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경제관계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관계에서도 아랍국가들이 매우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새 정부는 아랍국가와의 새로운 관계를 증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자신과 아랍권 국가간의 인연을 소개한 뒤 레바논의 복구 사업 등에 대해 관심을 표시했다.

이 당선인은 곧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동 지역 대형 건설산업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자원외교’ 개념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 외교의 관심권 밖에 있었던 중동권은 이 당선인 취임으로 외교력이 한층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일고 있는 ‘산업 다변화’ 노력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여지가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보다 외교적 노력을 배가하고 이 당선인의 개인 인맥 등을 활용하면 ‘제2의 중동붐’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당선인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과거 현대그룹에 몸담고 있을 시절 이라크 바그다드 시장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중동지역과의 인연을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과 중동지역 아랍국가들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오는 5월말 비영리 법인인‘중동 소사이어티(Middle-East Arab Society)’를 설립할 방침이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