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당선인과 앞으로 청와대 한지붕 생활을 하게 될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기에 이 당선인의 신임을 얻고 호감을 산 걸까. 대통령실(현 비서실)에 근무하며 이 당선인과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게 될 ‘예비 청와대 가족들’에게는 우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말을 참 잘한다’는 것이다. 서로간에 코드와 국정철학이 공유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통로로서다.

비서실 관계자는 “‘말 잘한다’의 개념이 그저 말이 많은 수다가 아니라 사안의 핵심을 정리하고 상대의 마음을 설득시키는 요령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1, 2, 3번 식으로 프린트한 장황한 보고서를 들고 이 당선인에게 접근하려다간 낭패보기 일쑤다. 이 당선인이 던지는 “그래서 주장하는 바가 뭔데”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에 정곡을 찌르는 몇마디를 대답할 수 있다면 1차 관문은 통과다. 글 형태를 좋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다른 차원의 논리선호형이다. 이에 덧붙여 천편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독특한 품성들이 또 있다.

대통령실장으로서 이 당선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유우익 서울대 교수는 이미 사생활을 포기했다. 당선 확정 직후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유 교수는 보름 전 결국 고집을 접었다. 그 사이에 있던 일화 중 하나. 지난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지리학회에 참석했던 유 교수는 ‘숙부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의 연락에 급거 귀국하려다 이 당선인으로부터 “어디냐. 빨리 신년사를 보내라”는 지시에 밤을 꼬박새워 글을 보낸 뒤에야 귀국했다. 이 당선인이 워낙 속도를 중요시하는데 유 교수는 ‘제때’를 맞출 수 있는 몇명 중 하나다. 유 교수가 대선 때 상당부분 연설문을 맡아왔던 이유다. 지금은 대통령취임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국정기획수석에 내정된 박재완 의원이나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내정된 이주호 의원은 ‘별 말도 없으면서 뚝심있게 일을 완성시키는 추진력’이 이 당선인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은 말 많고 탈 많은 정부조직개편작업과 관련해 온갖 안팎의 압력과 견제를 무마시키고 완성안을 만들었다. 이 의원 역시 온 국민의 관심사안이자 역풍마저 우려되는 교육개혁과 영어공교육 방안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4월 총선 출마의사가 있던 두 의원은 “과반의석 만드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나랑 일해야지”라는 이 당선인의 설득에 주저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달 전부터 일찌감치 경제수석에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이 당선인과 인연이 깊다. 곽 교수의 부친이 현대건설 이사로 재직했던 시절부터 이 당선인은 ‘중학생 곽승준’을 봐왔고, 마치 친구아들 대하듯이 대화하는 사이가 됐다. 곽 교수는 열 사람이 다 “예스”라고 할 때 당돌하게 “노”라고 말하며 이 당선인에게 이의를 가장 많이 제기하기로 유명한데 이게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했다.

주변에서 “당선인에게 혼쭐이 나는 사람은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반증”이라는 부러움을 사는 대표적 인물이다. 사회정책수석에 유력한 김대식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은 박영준 비서실 팀장과 함께 대선 1년전부터 460여만명을 둔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를 조직화해낸 능력을 인정받았다. 경호처장에 유력한 김인종 전 2군사령관은 경선때부터 참여해 이 당선인의 신뢰를 얻었다.

김상협·김충남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