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시민단체들도 이념적 성향에 따라 뒤바뀐 활동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정·관계의 핵심 인력풀로 변신,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벌써 차기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속속 거리로 나서고 있다. 반면 10여년전만해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거리집회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과 경쟁적으로 개최해왔던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은 줄줄이 18대 총선에 출사표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하에서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을 향해 ‘홍위병’ ‘신관변단체’등의 비판을 제기해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을 배출했던 환경운동연합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핵심 공약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관련, 이달중 국민공동검증기구를 구성한뒤 다음달초 현장 답사에 나서는 등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각 분과에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입성해 논란을 불렀던 전교조는 지난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등급제 폐지의 초법적 권력남용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수능 등급제는 이미 3년 전 충분히 예고했고 제도 시행 초기 기존의 문제점들과 엉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전·현직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온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이번 임시국회 기간에 여성가족부 존치 및 성평등사회실현을 위한 범시민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정만 전국연합조직위원장, 이동호 전 조직위원장, 장구락 부산연합 대표, 김창남 강원연합 대표, 남병직 대구연합 대표, 김석호 경북연합 대표 등이 총선 출마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능력있는 출신인사들의 개인적 선택일 뿐”이라고 밝혔다.

역시 총선 출마의사를 밝힌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겉으로는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면서 실제로 노무현 정권과 유착관계에 있었던 기존 진보 시민단체를 보는 시각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말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시민단체들이 권력의 향배에 따라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선택을 반복하고 자성의 노력없이 상대를 향해 ‘신관변단체’ ‘홍위병’등의 비난을 퍼붓는 일을 반복한다면 국민신뢰도조사에서 그들이 그토록 비난하던 정치권보다 하위에 위치하게 되는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