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원료로 사용한 혈액응고제를 투여받아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이모(19)군 등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 및 이들의 가족 69명이 ㈜녹십자홀딩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부 환자는 에이즈 감염 확인 시기가 혈액제제 투여시기와 인접해 혈액제제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나머지 환자들은 수혈을 받거나 다른 혈액제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어 반드시 피고가 생산한 혈액제제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실상 제조물 배상 책임을 적용해 혈액제제 사용과 에이즈 감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1심과 항소심의 결과가 엇갈린 것은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있어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측이 혈액제제 외의 다른 원인으로 혈우병 환자들에게 에이즈가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견해였던 것에 반해,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측에 혈액제제 사용으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군 등은 2003년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으로 만든 혈우병 치료제를 사용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며 서울동부지법에 소송을 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