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하장과 전화 통화를 대신해 명절 때 주요 인사 수단이 된 문자메시지. 그러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엇비슷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십, 수백통씩 받는 입장에선 고마운 마음보다 짜증이 앞서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밤낮 구분 없이 쉽게 보내는 문자메시지가 또 다른 문자 공해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하루 동안 8억9500만건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국민 1인당 18건 이상 문자메시지로 송구영신 인사를 한 셈이다. 이 때문에 문자메시지가 폭증하면서 전송이 지연됨에 따라 오전 2시가 넘어서까지 문자가 전송돼 잠을 설치기도 했고, 계속 울려대는 메시지 착신음 때문에 적잖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2월31일과 1월1일 문자메시지 이용량이 1년 새 각각 수천만건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통신망을 확대하는 등 비상대응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문자전송이 지연돼 새벽까지 전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하루 9억통의 문자메시지가 오고간 것은 하나의 해프닝이자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며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라면서도 “문자메시지를 수백통씩 받는 사람들에겐 축하와 감사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기보단 문자 공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같은 문자를 대량으로 전송하여 불필요하게 남발하는 경우는 일종의 과소비로 볼 수도 있고 정보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과거의 편지는 e메일이, 연하장은 문자메시지가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문자메시지보다는 차라리 정성과 내용이 담긴 e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