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최종 집계된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득표수를 확인, 점검하고 있다. 과천 = 곽성호기자

20일 개표가 완료된 제17대 대통령선거의 1·2위 간 득표차는 531만7708표(22.5%포인트차)로 역대 선거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직선제를 회복한 이후만 봐도 양김(김대중·김영삼)이 분열했던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당선자와 2위 김영삼 후보의 격차는 194만5157표(8.6%포인트차)였고,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과 민주당이 맞붙었던 1992년 14대 대선에서도 김영삼 당선자와 2위 김대중 후보 격차가 193만6048표(8.2%포인트차)에 불과했다.

◆ 이명박, 호남 제외 전국서 압승 = 19일 치러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당선자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 득표를 했다. 충남에서 34.3%를 득표, 33.2%를 얻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지만 다른 지역에선 압승을 거뒀다.

이 당선자의 압승은 특히 수도권에서의 큰 표차 승리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당선자는 서울에서 53.2%, 인천 49.2%, 경기 51.9%를 얻어 2위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이 지역에서만 317만9575표차(전체 표차의 59.8%)로 따돌렸다.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등을 모두 한나라당의 전신(前身)으로 볼 경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승리한 것은 1956년 3대 대선 이후 51년 만의 일이다. 부산(57.9%)·대구(75.9%)·울산(54.0%)·경북(72.6%)·경남(55.0%) 등 한나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대전(36.3%)·충북(41.6%)·충남(34.3%) 등 ‘중원 싸움’에서도 높은 지지로 이회창 후보를 따돌린 것도 압승의 또 다른 이유다.

이 당선자는 그러나 ‘전국 50%대 득표, 호남 두자릿수 득표’라는 당초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 당선자는 광주 8.6%, 전북 9.0%, 전남 9.2% 득표율로 호남에서 9.0%(23만1858표)를 얻었다. 선거전 막판 터져나온 ‘BBK 동영상’의 여파로 풀이된다.

정동영 후보는 광주(79.8%)·전북(81.6%)·전남(78.7%) 등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압승을 거뒀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 당선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로 완패하고 말았다. 특히 서울(24.5%)·인천(23.8%)·경기(23.6%) 등 수도권 참패가 뼈아팠다. 약세 지역인 영남을 제외하더라도 정 후보는 대전과 충남 등 서부벨트에서도 이회창 후보에게도 밀렸다. 이회창 후보는 ‘정통 보수’를 자처하며 선전을 다짐했지만 영남은 물론 믿었던 충청에서도 이 당선자에게 밀리며 15.1% 득표에 그쳤다.

◆ 최대 표차 원인은 = 역대 최다 표차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데에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개발 등을 통해 성과와 추진력을 인정받은 데다 경제 이슈를 선점한 게 가장 중요한 승리의 요인으로 보인다. 2차례의 대선 패배와 대통령 탄핵 역풍 등 거센 시련을 겪고도 당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뉴 라이트’ 운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진영의 결집과 조직화 등 외부 환경도 한나라당과 이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53 대 47’ 정도로 진보 진영이 승리한 반면 이번엔 ‘36 대 64’ 정도로 보수 진영이 압승했다.

범여권은 ‘노무현 디스카운트’라는 불리한 환경으로 출발한 데다 자체 역량부족까지 겹쳐 완패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계속된 범여권 통합작업은 요란한 소리만 남긴 채 무위에 그쳤다. 신당 경선도 동원 논란 등으로 국민적 감동을 자아내는 데 실패했고, 대선 국면에서도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하늘도 돕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