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12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백병전’에 나섰다. 정 후보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강원도 원주, 충청북도 제천·충주·청주 등을 잇달아 방문해 ‘대국민 호소전’을 펼쳤다. 정 후보는 “국민의 힘으로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압박해주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왜 대통령감이 안되는지를 심사숙고 해달라”고 절절하게 요청했다. ‘BBK 수사’ 결과에 대한 총력전과 단일화를 양대 축으로 막판 대역전을 기대했지만,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무산으로 이제는 국민과 직접 부딪히는 것 외에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천주교 원주교구 베론성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가치와 비전으로 뭉치고, 새로운 인물과 세력도 뭉치고, 다원화된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공동으로 실천하는 정부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권력분점에 기초한 ‘공동정부’를 제안했다. 정 후보는 “18일까지 공동정부의 가치와 신념, 구성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며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정책과 비전에서 방향이 같은 것은 과감하게 수렴하겠다.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단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문국현·이인제 후보의 경우 이미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정 후보는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다시한번 던진 셈이다. 여기에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더라도 단일화를 통한 ‘이삭줍기’를 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세론’ 앞에서 맥 한번 못추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절절한 심경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역사적 대의는 부패와 수구세력을 막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 민주평화개혁세력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표가 시작되는 그날까지 민주평화세력의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는 “운명의 일주일 동안 국민 여러분께 두가지를 호소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비전과 정책에서 누구의 청사진이 나은지 판단해 달라. 아울러 후보자의 자격을 심판해 달라. 정직과 도덕을 갖추었는지, 자질과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해 숙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후보는 “성경 말씀에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안겨 준 검찰의 수사 발표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며 “과거에 대한 비탄과 실망 때문에 미래의 성장과 번영의 기회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현미, 원주= 윤석만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