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일주일 남긴 12일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총력전을 선언했다. 그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이 후보는 오는 16일 열릴 중앙선관위 주최 제3차 후보토론만 제외하고 모든 일정을 바닥 민심을 훑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회창 찍으면 이회창 (당선)된다’, ‘이회창과 이명박(한나라당 후보)간 싸움’이라는 슬로건을 갖고서다. ‘이회창 찍으면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된다’는 한나라당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전을 차단하면서 ‘보수 후보간 싸움’으로 막판 구도를 몰고 가려는 전략이다. 구전 홍보단과 연설원들도 전국을 돌면서 ‘(노무현 정권과 결탁한)이명박 되면 정권연장’,‘12번 찍으면 12번 된다’는 통일된 구호를 사용키로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남은 기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유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저녁 예정된 SBS 토론도 돌연 취소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전략적 거점인 대전·충청과 대구·경북에 화력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김천·구미 유세, 해인사 방문, 경남 거창·진주 유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13일 경남 전역, 14일 강원·경북 등을 도는 강행군을 펼칠 예정이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대전·대구가 승부의 관건”이라며 “특히 대구가 무너지면 강원과 부산·경남에도 타격이 오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대구를 사수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구애’와 대선 이후 창당될 ‘보수 신당’의 밑그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캠프 분위기도 ‘BBK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하다. 류근찬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동영 후보와 5%포인트 정도 격차를 유지하며 확실한 2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남은 기간 2강 구도를 형성해 총력을 다하면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삼재 팀장은 “최대 30%에 달하는 부동층이 막판 엄청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처음부터 무자격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끝까지 문제삼는다면 10%포인트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11일 기자회견에서 “어차피 보수 대 보수의 대결이라면 마지막 결단을 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양심과 비양심, 도덕과 부도덕, 원칙과 편법, 진정한 보수와 기회주의의 대결인 만큼 결코 피할 수 없는 도덕적 정당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보수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는 선거 막판 범여권 진영의 결집으로 정동영 후보가 상승세를 탄다면 보수층의 이명박 후보로의 결집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충남·권로미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