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계속되는 ‘잃어버린 10년’ 때문일까.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세계인의 창에 비친 한국인의 역동성과 희망에 비하면 더욱 초라하다.

하지만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 있다. 또한 그 말은 반드시 믿고 싶기도 하다.‘한국인 1인당 국민소득 세계 2위.’ 2050년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70개국 중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골드먼삭스는 두 차례나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한국의 잠재력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골드먼삭스는 2005년 12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를 능가해 2050년 쯤이면 1인당 소득이 8만1462달러로 미국을 제외한 현재의 G7(선진 7개국) 국가들을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시 올해 3월 업데이트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세계 2위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오히려 1인당 소득이 이전 보고서보다 8832달러 더 높은 9만294달러로 추정했다. 2025년에는 3만6813달러로 세계 8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2위’라는 말이 한국의 현재에 비춰보면 조금은 먼, 다른 나라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골드먼삭스가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여서 그 분석을 단지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점쟁이 예언으로 돌릴 수도 없다. 없는 희망조차 만들어내야 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강을 지나다 보면 종종 골드먼삭스의 전망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과거 한강의 기적에 더해 두개의 상전벽해(桑田碧海) ‘기적’을 만나면서 그 신빙성이 더해진다. 하나는 잠실 올림픽경기장이고 또 하나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다. 두 곳 다 섬을 육지로 만든데 이어 세계 2대 행사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담아낸 곳이다.

88서울올림픽을 치른 잠실 올림픽경기장은 ‘누에 치는 방’이라는 잠실(蠶室) 그 의미 그대로 원래 뽕밭이 널려 있는 섬이었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국립양잠소 격인 잠실도회가 설치되었다. 6·25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 유례없는 고도압축성장의 저력을 앞세워 그곳에서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을 치렀으니 이 경기장이야말로 뽕밭(桑田)을 푸른바다(碧海)로 만든 셈이다.

또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상전벽해 수준도 한참을 넘어선다. 쓰레기 더미 위에 ‘기적의 꽃’을 피워 낸 것이다. 과거 서울시 쓰레기매립장이었던 난지도는 온갖 악취로 환경오염의 대명사격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그 쓰레기 더미를 생태공원으로 바꿔 세계인의 환경교과서를 다시 쓰게 하면서 2002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냈다. 최악을 최선으로 바꾸는 그 발상과 도전에서 한국인은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이런 상전벽해의 경험이 또 다시 ‘벽해상전’의 기적 재창조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달 27일 유치에 성공한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가 그 기점이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행사여서 한국인의 미래에 주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생산유발 효과만도 10조원을 넘는 이 행사를 통해 여러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제 한국인은 올림픽과 월드컵의 상전벽해에 더해 여수엑스포를 통해 푸른바다(碧海)를 뽕밭(桑田)으로 바꾸는 ‘벽해상전’의 도전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성공한 국가일수록 육지에서보다는 훨씬 더 넓은 바다를 향해 희망을 지핀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만 10년 만의 기회인 여수 엑스포. 한강의 기적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여수 앞바다의 기적’을 재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 상상조차 불가능한, 세계 1위 조선왕국의 현재를 보면 이미 그 기적은 한국인에게 배태돼 온 것이나 다름없다.

‘2050년 국민소득 세계 2위.’ 결코 꿈이 아니다. 한국인의 과거 기적을 보면 오히려 2050년은 더 앞당겨져야 할지도 모른다. 21세기를 다시 여는 그 신나는 미래가 12·19 대선에서 국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재점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영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