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2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대회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발의하고 주도한 첫 세계기구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WTA 창립은 역사적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성과를 구체적 활동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범세계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재원 다양화 등의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 성과 = “세계 66개국의 대표 171명이 서울에 모여 화장실 문제를 토론하고, 세계의 화장실 문화 혁명을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인류가 그동안 이야기하기를 꺼려온 화장실 문제를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처음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박재영 행정자치부 균형발전지원본부장은 WTA 창립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회는 6개 대륙의 각 나라에서 골고루 참여하고 유엔, 유네스코,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들이 대표를 파견함으로써 명실공히 국제기구 창립의 성과를 높였다.

박 본부장은 “내년이 유엔이 정한 ‘세계 위생의 해’이기 때문에 WTA가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에 적기”라며 “내년부터 2~3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친 후 2010년 이후에 유엔 산하의 비정부기구 가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2년 후에 열리는 차기대회를 희망, 유치한 것도 이번 대회의 성과다. 이는 중국이 WTA 창립대회의 성가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서 협회 규약을 정하고, 각 대륙별로 안배한 회장·이사단 선출 과정이 원활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이 차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WTA의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성과 중의 하나는 범세계적 화장실 개선 운동을 다짐하는 ‘서울 선언문’의 채택이다. 선언문은 “적절한 화장실이 없거나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는 지역에 기술·재정적 지원을 하는 ‘사랑의 화장실 짓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곤 WTAA사무총장은 “화장실 없이 생활하는 저개발국가 주민 26억여명을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과제 = 이번 대회 총회 및 이사회는 WTA 초대회장으로 심재덕 조직위원장을 선출했고, 사무국을 한국에 둘 것을 의결했다. 이는 WTA를 발의한 한국으로서는 큰 영예지만,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사무국을 과연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지, 협회 초기의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세계적인 화장실 표준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여전히 한국 측에서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화장실 짓기 운동’을 위해 국제기구의 협력을 얻어내면서 활동 재원을 다양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WTAA는 내년도 사업을 위해 예산 30억원을 확보, 이 중 10억원 정도를 저개발국 화장실 지원사업에 쓸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을 활발히 펼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기금을 범세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우태 WTAA 대외협력국장은 “국제기구들과 협력, 전세계적으로 ‘1달러 기부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각적인 모금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적으로는 아직도 낙후한 화장실 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화장실 에티켓 지키기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행자부 측은 “제 2의 화장실 혁명을 위해 화장실 등급제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