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국보급 문화재가 최초로 한국을 찾았지만 국교 단절 여파 등으로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서울대 박물관은 지난 10월17일부터 ‘불상, 지혜와 자비의 몸’이라는 주제로 대만의 국보급 문화재 61점을 전시하고 있다. 대만 문화재가 대거 한국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1500년 중국 불교조각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수준 높은 전시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92년 국교 단절 이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와 대학 박물관이라는 한계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가끔 전시회를 찾는 사람들도 주로 서울대에 견학 온 중고생, 역사나 미술사를 전공한 학생들에 불과해 가족단위 관람객이 몰리는 다른 전시회에 비해 초라하다. 이번에 전시된 61점 중에는 국보 78호, 83호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모태가 되는 북제반가사유상, 그리고 보물 63호 경주배리석조삼존불입상에 영향을 준 북주관음보살입상도 포함돼 있어 중국 불교조각이 한국에 끼친 영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관람객 나종현(27·서울대 국사학과 대학원생)씨는 “그냥 큰 기대 없이 왔는데 문화재의 수준이 너무 높다”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해도 충분한 작품들이 대학 박물관에 있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송기호 서울대 박물관장은 “대만 문화재의 경우 92년 국교 단절 이후 정부나 중앙박물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반입하기 어렵고 실제로 전시된 적도 없다”며 “대만 문화재는 직접 대만에 가지 않는 한 다시 보기 힘든 만큼 많은 국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