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 줄기세포 연구팀이 인간 배아가 아닌 피부세포의 유전자 신호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배아줄기세포(ESC)와 같은 만능 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ESC와 구분하기 위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라 이름 붙여진 이 새로운 만능 세포는 줄기세포 연구의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 1000개 중에서 골라낸 성장유전자 =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가 이끄는 일본 교토(京都)대 연구팀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제임스 톰슨 박사 팀은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4가지 유전자 중 서로 다른 2개씩을 골라 이번 연구에 활용했다. 두 연구팀은 수년간 1000여개의 유전자를 조사, 성장 신호를 껐다켰다 할 수 있는 ‘마스터 유전자’를 찾은 끝에 이번 연구에 쓰인 유전자들을 발견해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의 로버트 란자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에 비견될 만한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극찬했다. 야마나카 교수 팀은 지난 6월 생쥐의 피부세포에서 iPS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었는데, 다섯달만에 인간 피부세포로 연구를 확장하는 개가를 올린 셈이다.

◆ 윤리 논란 해소 = 줄기세포 전공자들과 과학기술윤리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로 생명파괴 논란이 종식됨으로써 줄기세포 연구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로마가톨릭 등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배아가 파괴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해 왔다. 또 과학자들이 연구용 배아를 많이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지난 14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팀이 최초로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의 체세포를 복제, ESC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배아 확보 문제 때문에 인간으로의 확대 연구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반면 세포 재프로그래밍 방식에는 배아가 필요없기 때문에 최대 기술적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진도 ‘100% 확신’을 피하고 있다. 성장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하기 위해 두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운반수단으로 염색체에 삽입하는 방식을 썼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구진은 머지않아 안전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두 팀 모두 “재프로그래밍 방식과 함께 기존 ESC 연구도 병행해서 이뤄져야만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