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9일 앞둔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를 나열한다면 불신 풍조의 극복이 최우선에 놓여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싹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정부와 정치권이 악용해온 계층 간 갈등과 불신은 양극화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었다. 2007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학력위조파문은 그나마 남아있던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렸다.

학계·법조계·문화계의 저명 인사들은 경제회복도, 사회통합도 무너져버린 사회 신뢰 인프라 복원 없이는 회복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물질적 성장이라는 외피에 비해 의식과 문화라는 내실이 부족한 점이 우리 사회의 불신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신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올바른 법 질서 세우기, 풀뿌리 공동체의 복원, 질 높은 교육 제공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 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 서울고법원장을 역임한 김동건(61)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국민들 간에 소통과 이해의 부재가 사회적 신뢰 하락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법조계의 신뢰 하락에 대해 “법조인들이 국민들의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법조비리 등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법조인들이 따라가지 못해서 발생했다”며 “법조인 스스로 세운 기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석궁테러 등 높아지고 있는 법관에 대한 불신과 관련, “지금까지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법관들이 노력해왔지만 그보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판사, 검사의 모습은 대부분 변호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변호사들도 법조계의 신뢰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김 변호사는 국민과의 소통과 이해를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계뿐 아니라 의사, 학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며,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불신 풍조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나서야 한다”며 “나아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실현될 때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소득이 올라가는 것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며 “선진국에 걸맞는 신뢰라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