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제자 자공이 “정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식량을 풍족히 갖추고 군비를 충족히 하고, 백성을 믿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공이 이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중요한 식량과 군사, 백성의 신뢰 중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고 묻자 공자는 “군사”라고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를 더 버려야 할 경우 ‘식량’을 꼽았다. 공자는 “군사와 식량을 버릴 수는 있지만 신뢰를 저버리면 나라가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회적 신뢰는 사회의 존립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며 사회의 성장을 이끄는 엔진이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또한 희생을 무릅쓰고 사회적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목표를 향해 다가서더라도 불신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반면 구성원간 신뢰가 튼튼한 사회는 목표 달성을 보다 수월하게 이뤄낸다.

저명한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커져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할 것”이라며 “사회의 신뢰도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합리적인 인간의 행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습과 도덕, 협동심 같은 사회적 자본이고, 사회적 자본의 핵심을 바로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라는 것이다. 그는 “신뢰가 사회를 결속시키는 구심점이며, 신뢰가 없는 사회는 해체될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이렇다보니 신뢰가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수치로 계량화한 경제학 이론도 나와 있다. 경제학자 낵과 키퍼(Knack & Keefer)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국가 신뢰지수가 10% 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