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풍조의 확산으로 이웃 사이의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조용히 해결했던 일들이 이웃 간의 주먹 다짐으로 번지기도 하고, 고소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전 서구에 사는 A씨는 아래층 주민 B씨로부터 “아이들이 뛰어다녀 시끄럽다”는 항의를 자주 받았다. A씨와 B씨는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던 중 지난해 6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말싸움은 결국 주먹싸움으로 번졌고, A씨는 B씨를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경남 사천시에 사는 주민들은 도로 통행 문제를 둘러싸고 시비에 휩싸였다. C씨 등 주민 4명은 평소 D씨가 소유한 땅을 통행로로 사용했는데 D씨가 “내 땅으로 지나지 말고 돌아서 다니라”며 통행을 막았기 때문. C씨 등은 “D씨 소유 토지를 통행할 권리가 있다”며 법원에 주위토지통행권확인 소송을 냈다. 이웃 간의 다툼은 법원이 “이미 D씨 땅으로 연결된 다리도 있는 데다 우회도로를 이용하면 너무 멀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종료됐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나무 뿌리를 둘러싸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박모씨는 지난해 12월 20여년간 함께 지내온 이웃 최모씨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최씨는 박씨 집 마당에 있는 나뭇가지와 뿌리가 자신의 집으로 뻗쳐 집에 금이 갔으니 나무를 없애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최씨의 요구대로 나무를 잘랐다. 하지만 최씨가 “뿌리를 완전히 뽑기 전에는 소 취하를 못한다”고 주장해 결국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까지 받았다. 지난 5월 법원은 “현실적으로 뿌리 전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웃 간에 팬 감정의 골은 치유될 수 없었다.

이같이 이웃 간의 분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웃 간 다툼이 다수를 차지하는 소송액 2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의 경우 2005년 110만424건, 2006년 96만7588건이 전국적으로 접수됐다. 또, ‘뿌리제거’나 ‘담장철거’ 등 소송액수를 확정할 수 없는 사건이 배정되는 민사 단독사건은 2005년 31만1742건, 2006년 27만9804건이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쓰레기를 다른 곳에 쌓아두라는 등 감정 섞인 소송이 늘고 있다”며 “이웃 간에 신뢰가 무너진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이 법리에 따른 해결책은 제시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의 감정싸움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한 발씩 양보해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