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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사람이 네 소리를 인정하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아니라고 하면 그건 아닌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안숙선 명창(名唱)이 소중하게 간직해오며 자만이나 게으름을 경계하기 위해 거듭 꺼내 읽어본다는 편지의 내용이다. 공연 중 고수(鼓手)에게 어색하게 슬쩍 말을 건넨 안 교수의 의도가 갑자기 가사를 잊어버린 위기를 어물쩍 넘기려는 것임을 알아챈 스승 김소희 명창이 공연 후 말없이 준 편지다.

59세인 올해로 소리 공부를 시작한 지 50주년을 맞은 안 교수가 ‘국악계의 프리마 돈나’로 일컬어지며, 세계 유명 예술제 공연 등을 통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로부터도 ‘천상의 소리’ 등 극찬을 받아온 것은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노력에 더해 훌륭한 스승까지, 그 3박자를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전북 남원의 국악 명가였던 외가의 명창·명인들에게 판소리와 가야금 등을 배운 어린 시절부터 안 교수가 기억력·재능·근성이 두드러져 ‘녹음기’ ‘애기 명창’ ‘풀쐐기’ 등의 별명을 얻은 일부터 그렇다. 1970년 19세에 상경, 당대 최고의 여류 명창 김소희 선생의 제자로 혹독하게 수련한 일도 마찬가지다. 당시 가야금의 명인 박귀희 선생은 그의 재능과 성실성을 더없이 높이 사 김소희 선생으로부터 빼앗다시피해 자신의 제자로도 삼았다.

그 무렵 안 교수는 “1시간이라도 허투루 보내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매일 밤 늦게 국립극장 지하 보일러실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귀신으로 오인되기도 했다니, 그럴 만도 하지 않았겠는가.

국립창극단의 공연 때마다 춘향 역을 도맡아오다시피해 ‘영원한 춘향’으로도 불리는 안 교수는 서울 정동극장에서 11월2일부터 사흘간 ‘소리 인생 50년’ 기념공연을 갖고,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 적벽가’ 등 자신이 완창했던 판소리 다섯 바탕의 주요 대목을 비롯해 가야금 산조와 병창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 공연이 많은 사람에게 국악의 예술적 감동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노력에 덧붙여 훌륭한 스승의 엄격한 가르침 역시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는 기회도 되기를….

[[김종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