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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중동에서의 공사가 차라리 더 쉽게 느껴져요.”

김창기(53) 경남하노이 랜드마크타워 현장소장은 지난 1980년부터 5년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나가 주베일 해군기지와 메탄올 플랜트 등을 짓는 등 해외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김 소장이 고군분투를 해야 할 만큼 하노이에서의 건설은 쉽지 않다.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다 쓰기가 어렵고, 건설장비가 낡고, 고급자재 구하기도 힘들어요. 한여름이 섭씨 40도를 웃돌 정도로 일년 내내 더운데다 습도가 90퍼센트를 넘는 날이 많아 베트남 노동자들도 일하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죠.”

작업중인 현지 인부들에게 ‘안뚜안 첸헨’(안전에 주의하라)이라고 연방 소리치는 김 소장은 베트남의 미래를 높이 사 하노이 현장을 자원했다. “채굴을 않고도 쓸 수 있는 천연자원이 널려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부지런하기 때문에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며 “도이모이(개혁개방) 이후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어 부동산가격도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18개월 전 분양한 고급 아파트 값이 ㎡당 300달러에서 현재 800달러로 치솟는 등 건설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김 소장은 이 때문에 미분양 걱정이 없다고 좋아했다. 특히 ‘한국산 설계의 힘’이 뛰어나다고 한다. 베트남의 빌딩에 비해 활용이 힘든 ‘죽은 공간’이 없고 주거자의 편의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지은 고급주택들에 비해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김 소장은 자부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처음부터 초대형 빌딩을 지으려던 것은 아니다. 부지를 분양받아 당초 5억달러 정도를 투자한 실무형 빌딩과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부지를 입찰에 참석조차 안했던 일본기업이 일본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자금을 앞세워 가로채간 것. 김 소장은 “이를 계기로, 경남기업이 하노이시에 베트남 최고빌딩을 지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해서 프로젝트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기업의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건설업계에서도 화제다. 베트남으로 국내 레미콘과 시멘트, 철강재, 가구 등이 동반진출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베트남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힐만한 ‘명품빌딩’을 만들고, 초일류 마감재로 인테리어를 해 한국건설의 우수성을 인도차이나에 과시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노이(베트남) =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