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남기업 직원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하노이 천도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한 ‘하노이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경남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 공사현장에서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왼쪽 사진) 연인원 70만명을 동원해 짓는 이 건물은 높이 336m의 70층짜리로, 베트남 최고층 빌딩이 된다. (오른쪽 조감도) 하노이(베트남) = 권선무기자

‘인도차이나 천년 수도의 주거양식을 한국기업이 바꿔나간다.’

동남아시아의 맹주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경남기업의 초고층 시공기술로 스카이라인을 탈바꿈시킨다.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20여㎞ 떨어진 하노이 신도시 중심가인 팜흥 스트리트. 국회의사당과 63개 성(省) 대표사무실, 과학기술청과 정부투자기관 사옥 등이 들어선 이 일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열대 특유의 열기와 함께 경남기업이 뿜어내는 열정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경남기업은 이곳의 부지 4만6000㎡에 70층짜리 복합 단지인 ‘경남 하노이 랜드마크타워’를 건설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10년 천도된 하노이의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0년에 완공되는 높이 336m의 베트남 최고층 건물. 하노이 밀레니엄 프로젝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완공되면 하노이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된다.

이곳 공사현장의 여기저기에는 지름 20㎝짜리 철근들이 수십m씩 다발로 묶여 있다. 10월에도 섭씨 35도까지 올라가는 하노이의 직사광선에 철근은 물을 뿌리지 않고는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이 철근 다발은 연약한 지반을 다지기 위한 보강재다. 하노이는 하내(河內)라는 한자에서 비롯된 지명으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지역 전체에 물이 많기 때문에 고강도 보강재가 필수다. 하노이는 지하 30~40m까지 뻘의 일종인 실트층으로 구성돼 있고, 60m쯤을 파야 겨우 모래가 나온다. 지하 암반의 강도도 한국의 20% 미만이어서 정밀 설계된 고층건물이 기울어지는가 하면, 지반이 내려앉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경남기업은 이 철근들에 고강도 콘크리트를 부어 지하 70m까지 수 십군데씩 박아넣고 있다.

경남기업이 짓는 이 건물은 3년 뒤면 베트남에서 현재 가장 높은 34층의 비나코넥스 아파트타워를 제치고 최고층이 된다. 최고층 세계 순위로는 17번째다. 랜드마크타워는 호텔 372실, 서비스드 레지던스 364실, 오피스 36개 층 등을 포함한 70층짜리 빌딩과 47층 높이의 아파트 2개 동 910가구로 구성된다. 전체 연면적은 57만8957㎡(17만5134평, 대지 면적은 4만6008㎡)나 돼 여의도 63빌딩의 3.5배에 달한다. 단일 건축물 연면적으로는 세계 5위권 안에 들게 된다. 이를 위해 활용되는 인력만 연인원 70만명. 여기에 소요되는 사업비가 10억5000만달러(9644억여원)다. 국내 기업의 베트남 단일 투자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 규모만큼 베트남 내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 8월 열린 기공식에는 응우엔 득 꾸엔 국회부의장을 비롯, 부 반 닝 재경부장관 등 베트남 6개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특히 응우엔 떤 중 베트남 총리는 당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따로 만나, “베트남의 대표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경남기업을 환영한다”면서 “경남기업을 위해 행정개선과정을 밟아 건물의 인허가를 6개월만에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단축시켰다”고 격려했다. 베트남의 부자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경남기업 지사에 접근, “땁 도안 경남 딩까우 쎄이증(경남기업 건설기술이 최고)”이라며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전층을 팔라고 제의하는가 하면 오피스를 미리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고 하종석(47) 경남기업 베트남 지사장이 자랑했다. 경남기업은 내년 상반기부터 베트남인 등을 상대로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의 해외건설면허 1호 업체인 경남기업은 1967년 반 벳 투엣 병원신축공사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40년간 베트남에서 사업을 벌여왔다. 경남기업은 베트남 외에도 필리핀, 스리랑카 등 14개국에서 토목, 건축, 플랜트 등의 공사를 5140여건 해 왔다.

하노이(베트남) =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