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일 평양에서 관람하게 될 북한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에 대한 통일부의 평가가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180도 달라졌다. 이를 두고 북한에 대한 정부의 평가에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아리랑 공연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이 공연에 대해 다소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다. 이 장관은 “아리랑 공연은 북한에서 만든 상당히 자랑스러운 공연작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에서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장관은 지난 30일 2차 선발대가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사실을 공개하며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같은 민감한 내용은 없었고, 서정적이고 장엄한 내용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지난 4월 북한 동향 보고서에서 아리랑 공연에 대해 “김일성의 혁명 생애, 선군(先軍)정치 정당성 등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위한 소재로 구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리랑 공연 이유에 대해서는 “대내적으로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면서, 대외적으로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외화벌이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체제선전, 외화벌이용 공연이 어느새 ‘서정적이고 장엄한 공연’으로 둔갑했다.

통일부측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장관 말씀은 아리랑 공연에 민감한 내용은 없었다는 선발대 보고 내용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며 “말씀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내용 일부가 수정됐다고 해도 북한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용이라는 아리랑 공연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아리랑 공연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가 벌써부터 ‘서정적’ ‘장엄한 내용’ ‘자랑스러운 공연’ 등 긍정적인 평가를 늘어놓는다면 정작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때 반응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아리랑 공연은 유치원생부터 어른까지 10만여명이 동원되는 집체극인데 탈북자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공연을 위해 어린이들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혹사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연 관람 도중 정부 대표단이 기립해서 박수를 치는 등 고무된 모습을 내비쳐 북한 체제 선전에 역이용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권로미 정치부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