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여·35)씨 명의로 된 은행 개인금고가 발견되고 신씨가 횡령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등 신씨의 기업 후원금 횡령 혐의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횡령한 액수, 구체적인 돈의 사용처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도 적지 않다.

신씨가 횡령한 돈의 구체적인 액수는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검찰은 신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신씨의 기업후원금 횡령 혐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추석연휴에 앞서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신씨 개인 돈과 미술관 자금 계좌가 혼재돼 있다”며 횡령액수를 확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기간 중 검찰은 신씨 명의로 된 은행 개인금고를 2개 발견했고, 그 중 효자동 우리은행의 개인금고에는 미화 10만달러, 엔화 1000만엔 등이 예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신씨는 그러나 이 돈이 박문순 성곡미술관장(김석원 쌍용양회공업 명예회장 부인)의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 명의 증권계좌에 들어 있는 5억여원이 신씨가 횡령한 돈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 등 횡령액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정확한 액수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횡령한 돈을 신씨가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 신씨가 빼돌린 돈을 주식투자나 개인회생을 위한 비용에 충당했거나 명품 구입 등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 왔지만 검찰 수사에서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또, 신씨가 횡령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박 관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종록 변호사는 “신씨는 3∼4년 전 박 관장에게 개인금고 명의만 빌려줬으며, 1300만원 상당의 목걸이와 오피스텔 보증금 2000만원은 (후원금 횡령) 심부름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횡령의 주체는 신씨가 아니라 박 관장이 되고 돈의 성격은 재벌 부인의 비자금으로 바뀐다. 하지만 박 관장은 목걸이는 대가성이 없는 선물이고, 신씨에게 횡령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27일 오전 당사자들을 불러 대질신문을 실시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