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교사들이 “국회 국정감사 때문에 학교 수업이 부실해지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7월 2일 오전 서울 시내 초등학교, 중학교에 서울시교육청의 공문이 ‘하달’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모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라면서 토요휴업일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당일 오후 3시까지 제출하라고 돼 있었다.

경력 20년째인 서울시내의 한 중학교 교사는 매년 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될 무렵이면 복사기 앞에서 진땀을 빼곤 한다고 털어놨다. ‘긴급, 시간 엄수’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공문들이 밀려들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하라고 시켜놓고 복사를 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그는 “국정감사 요구자료 중 절반 정도는 학교 현장에 대한 배려가 없이 제출 기한이 촉박하게 정해져서 온다”며 “왜들 그렇게 자료를 급하게 요구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에는 학교의 복사기에 불이 난다. 일선 교사들은 과도한 자료 요구 때문에 학교 수업이 부실해질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일선 교사들은 잡무 발생 원인으로 ‘과도한 국회의 국감자료 요구’를 손꼽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6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장·교감 등을 포함한 전국의 교사 639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잡무를 발생시키는 18개 원인 중 ‘국회의 국감자료 요구가 과도하다’는 항목이 가장 높은 점수(4.51점)를 받았다고 밝혔다. 교원잡무 발생 원인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교사들은 ‘과도한 국회의 국감자료 요구’외에 ‘무슨 일이든 문서화하는 풍토(4.22점)’, ‘상급기관의 과도한 공문서 발송(4.18점)’, ‘장기적 교육효과를 염두에 두지 않은 즉흥적 교육정책(4.14점)’ 항목에도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인식조사 척도는 5점 만점으로 매우 그렇다 5점, 조금 그렇다는 4점, 보통은 3점, 그렇지 않다는 2점, 전혀 아니다는 1점을 매기도록 했다.

교총이 또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동안 학교에 접수된 국정감사용 자료 요청 건수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는 89건, 중학교는 71건, 고등학교는 8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무성 교총 정책교섭부장은 “국정감사 요구 자료는 주로 학교에서 상급기관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학교급식비 미납학생 현황, 학교도서관 현황, 영어교과 전담교사 현황, 졸업앨범 구입현황 등 그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료제출 요구 시기도 교원인사 이동과 새 학기 학사일정으로 바쁜 8~9월에 50건 이상의 공문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원의 학생수업에 지장을 주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학교에서 이미 보고한 내용을 다시 중복보고하게 하는 관행은 근절돼야 하며 학교교육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요구자료의 절대량을 줄이고 보고 방법과 절차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