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해결로 인해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한국인 피랍 사태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독일인 2명이 아프간에서 납치된 이후에도 ‘테러단체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특히 독일 정부는 지난달 21일 피랍된 인질 중 1명이 살해되고, 지난달 31일 나머지 인질 1명이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됐음에도 불구,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다.

또 지난 20일에는 군사작전을 통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납치된 독일인 여성 크리스티나 마이어(31)를 사흘 만에 구출해내는 등 테러세력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온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난 28일 탈레반과의 대면협상에서 한국인 인질 19명의 석방에 합의하면서 독일 정부는 다급한 상황에 빠졌다.

중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도 나설 정도. 메르켈 총리는 29일 “탈레반에 억류돼 있는 독일인이 풀려날 수 있도록 독일 정부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독일인 인질 석방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독일의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전히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 가능성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9일 아프간 탈레반에 억류돼 있던 한국인 인질 일부가 석방된 데 대해 환영입장을 나타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와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인질들이 이른 시일 내에 풀려나서 귀환길에 오르는 것을 보게 되면 더욱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탈레반의 인질협상이 탈레반에게 정치적 합법성을 부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인 인질들처럼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하고 폭탄테러하며 고문하는 등의 위협적인 활동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인질석방 협상에서 몸값을 지불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한국 측이 어떤 양보를 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한국 정부가 아프간 선교 금지 등에 대해 테러범들과 타협을 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인질들이 풀려나 안전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걸 확인할 때까지는 논평을 미루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