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현지 통신원 임티아즈 알리]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석방 합의는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 사실 자체가 바로 ‘테러세력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파기한 것으로, 앞으로 분쟁지역에서 ‘납치산업’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통신원 임티아즈 알리는 29일 한국인 납치 사건을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지역 사령관 압둘라 칸과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이 같은 예측을 재확인했다. 아래는 알리가 압둘라와 나눈 통화내용을 정리해 보내온 제7신이다.

이번 한국인 피랍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아프간 가즈니주의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칸은 29일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와의 합의는 탈레반의 전략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압둘라는 “우리는 미국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신의 동맹국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면서 “한국군의 아프간 철수는 미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압둘라는 지난달 19일 가즈니주 카라바그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지역 사령관으로, 지난 1일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한국인 납치 사건의 전말을 밝힌 인물이다.

압둘라는 이어 “인질 납치는 적에게 압박을 가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훌륭하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압둘라는 또 “미국과 미국이 카불에 수립한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해 앞으로 이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면서 향후 인질 납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압둘라는 한국인 인질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미군과 정부군의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해 여러 다른 장소에 분산해서 억류해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다른 탈레반 사령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압둘라는 인질들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인도하는 책임은 탈레반 측 협상단 대표인 카리 바시룰라에게 넘겼다면서 “나머지 7명의 인질도 내일(30일)이나, 모레쯤 풀려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압둘라는 탈레반의 여성 납치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아프간 주둔 미군에도 여성 군인이 있다”며 일축한 뒤 “탈레반은 여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몸이 아픈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먼저 석방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탈레반이 반(反)이슬람적이라는 비난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압둘라는 또 당초 인질-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압둘라는 이와 함께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아프간 정부의 소극성을 강하게 비난했다. 압둘라는 “아프간 정부는 우리가 인질 모두를 살해하게 만들려했고, 탈레반이 인질 몸값을 받았다는 소문을 퍼뜨렸다”면서 “몸값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거짓말로, 아프간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우리를 자극하는 것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압둘라는 특히 몸값에 대해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는 우리는 절대 인질 몸값을 생각한 적이 없으며, 외국인 납치는 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점령군에 대한 저항의 일부”라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압둘라는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에서 철군하고, ‘사악한(evil)’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끊도록 한국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리 =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