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억류 사태가 21일로 34일째를 맞은 가운데, 한국 정부와의 대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탈레반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AF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양측의 대면협상은 지난 16일 이후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자비훌라 무자헤드는 이날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질들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하는 한국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은 인질을 살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무자헤드는 이어 “오늘 전화접촉에서 한국 정부가 시간을 더 요구했는데, 아프간과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AFP는 이와 함께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아프간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 “탈레반이 한국 정부의 몸값 제안을 거절했으며, 한국 정부는 오늘 지역 부족장 협상단을 통해 탈레반측에 인질·수감자 맞교환 이외의 다른 요구조건은 불가능한지 여부를 탐색했다”고 덧붙였다. AFP는 그러나 탈레반측이 이날 협상시한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 당분간 인질 추가 피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20일 “협상을 지속한다는 것이 탈레반의 입장이며, 절차상 문제로 대면협상이 21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익명의 아프간 정부 관계자도 20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메시지는 ‘우리는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시킬 힘이 없으니, 다른 요구사항이 뭐냐’고 탈레반측에 묻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아프간과 미국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