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 여름 날, 우리에게 바람처럼 찾아온 것이 있습니다.

올해 62번째 경축하는 8·15 광복입니다. 미당 서정주는 이를 두고 “해방이 그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고 했거니와, 지나고 보면 그렇게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채 찾아든 것이 광복뿐일까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맞이한 해방 뒤, 우리가 그렇게도 갈망해 마지 않던 민주화가, 남북의 화해가, 경제의 선진화가 눈앞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작은 성취에 취해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준비없이 맞이 할 수는 없습니다.

광복 후 60여년을 성찰하는 것 못지않게 미래에 대해 눈을 뜨고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

문화일보가 광복 62주년을 맞이하며 내는 특집 섹션의 화두로 ‘미래’를 내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은 앞으로 4개월 뒤 국가의 운명을 가를 대통령 선거가 최대 관심사지요. 해방된 지 환갑이 지나도록 종속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과 일본의 경제와 문화 관계도 다시 살펴보고, 새로운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정치와 경제와 과학과 문화가 서로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바탕해 우리가 나아갈 발향이랄까, 좌표를 설정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 특집에서 사회 각계에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선진화 담론을 다루는 것에 더해 책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해방후 62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온전한 좌표설정과 그 길로 나아가는 창의와 창조의 원천으로, 책 만한 것은 드물 테이까요.

김종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