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열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그가 순국한 네덜란드 헤이그에 이준 열사 기념교회가 세워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감독회장 신경하)는 14일 오후 3시(현지시간) 헤이그 현지에 매입한 구 가톨릭교회당을 이준 열사 기념교회로 봉헌하고 헌당예배를 드렸다. 감리교가 이준 열사 기념교회를 세운 것은 그가 헤이그로 출발하기 전 당시 상동교회 담임이었던 전덕기 목사의 기도를 받고 출발하는 등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문화일보 7월13일자 32면 참조)

신경하 감독회장은 이날 봉헌예배 설교에서 “이제 100년 전 이준 열사의 분노가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다”며 “이준 열사의 분노가 박해 받는 다른 민족에 희망이 되고, 그의 눈물이 나라 잃은 다른 나라의 기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는 이준 열사 기념교회를 현지 한인은 물론, 다른 민족을 위한 예배실로 제공하고 열사의 애국 신앙 정신을 계승하는 평화센터로 삼을 계획이다. 이준 열사 기념교회로 봉헌된 교회당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3세를 기리는 가톨릭 교회당으로, 감리교는 이 교회당을 9억여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감리교는 100년 전, 이준 열사가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시베리아를 거쳐 네덜란드에 이른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는 ‘열사의 길을 따라서’라는 프로그램으로 감리교 청년 답사단 60명을 파송했다. 지난달 24일 이준 열사가 다니던 상동교회에서 출정식을 가진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와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거쳐 13일 헤이그에 도착, 이날 기념교회 봉헌식에 참석했다.

구한말 당시 독립운동가의 근거지였던 상동교회에서 활동하면서도 그리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던 이 열사는 황주(黃州) 철도(鐵島)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중 성경을 깊이 연구하다 신앙에 몰입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독립협회와 상동교회 청년회장 등으로 독립활동을 벌여오던 이준 열사는 친일파인 일진회와 대항하기 위해 공진회를 조직, 회장에 추대돼 친일대신들을 성토하다가 체포돼 철도에 유배됐다.

그 뒤 열사는 1907년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서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는 임무를 맡고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특사로 파견됐으나 일본의 방해로 발언권을 얻지 못한 채 같은해 7월 14일 숙소였던 한 호텔에서 49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신 감독회장은 “이준 열사는 감리교회의 위인일 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의 위인이었다”며 “이준 열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은 교회뿐 아니라 온 사회에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이준 열사 기념교회 설립 의미를 설명했다.

감리교는 이준 열사 외에도 남궁억, 유관순 등 다수의 독립운동가가 신자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독립협회 시절 윤치호의 전도로 감리교에 입교한 남궁억은 그 뒤 감리교 장로와 황성기독교청년회(현 YMCA 전신) 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찬송가 371장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작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상동교회 제6대 담임으로 독립운동을 벌이다 옥사한 전덕기 목사를 비롯, 심훈의 소설 ‘상록수’ 주인공 채영신의 모델이었던 최용신 선생, 강종구·신석구·서기훈·이용도 목사 등이 감리교인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순국한 인물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