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즈(KBS 1TV 15일 밤 12:50) = 영국의 파운드화가 유로화로 통합되기 열흘전. 아홉살난 안소니와 일곱살 동생 데미안 형제에게 ‘돈벼락’이 떨어진다. 기찻길 옆에서 놀고 있다가 열차 강도가 실수로 던진 가방을 발견하게 된 것. 가방속에 들어있는 액수는 무려 100만 파운드. 두 형제는 우선 열흘동안 마음껏 돈을 쓰기로 한다.

영리한 안소니는 부동산을 매입하는 한편 친구들을 보디가드로 고용해 학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어른 흉내를 낸다. 반면 데미안은 이 돈이 ‘좋은 일에 쓰라고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며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준다.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 그리고 최근 ‘선샤인’ 등 특유의 스타일과 재기발랄함을 자랑해 온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작품. 이 영화는 어린 두 형제의 눈을 통해 인간세상과 돈이라는 주제를 재미있게 엮어낸다. 100만 파운드의 돈벼락이 쏟아진다는 설정도 그렇지만 영악하게 어른처럼 재테크를 하는 안소니나 불우이웃 돕기에 열중하는 천사표 데미안의 대조적인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 형제가 돈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다. 돈 가방을 찾아 나선 열차강도가 등장하고, 아빠와 아빠의 여자친구까지 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좌충우돌 소동이 벌어진다.

갖가지 해프닝 속에서 영화는 돈에 매달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른들에게 말을 건넨다. 특히 “돈은 물질이고, 물질은 변한다”는 데미안의 독백은 대니 보일 감독이 어른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듯. 팬터지로 가득한 영상 역시 천진난만한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두 아역배우의 활약도 놓칠 수 없다.

강연곤기자 ky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