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가톨릭 교회만이 유일한 그리스도 교회” 선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0일 교황청 신앙교리부를 통해 “그리스도는 이곳 지상에 단 하나의 교회만 세웠다”면서 가톨릭교만이 유일한 교회라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발표했다. 이어 베네딕토 16세는 정교회를 겨냥, “교황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한 뒤 “개신교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개신교에 대해서는 “단어의 의미에서 볼 때 교회라기보다는 종교공동체로, 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하겠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같은 교서 내용은 기독교계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교황이 지난 7일 라틴어 미사를 재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맞물리면서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가 과거 회귀를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라틴어 미사에는 유대인의 개종을 촉구하는 예수수난일 예배도 포함돼 있어 교황청의 종교적 관용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AP통신은 1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세계개혁교회연맹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우리가 기독교의 단합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고, 독일 복음주의교회 볼프강 후버 주교도 “개신교를 깎아내리고, 종파간 화합을 어렵게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 데이비드 필립스 주교는 10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이 권력욕 때문에 기독교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영국 성공회 주교 사라 맥베인도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지금 발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교황이 신앙교리부 장관으로 재직 당시 작성한 교서에 대해 신학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교서를 다시 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