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누비며 고민해결… ‘체험 삶의 현장 道伯’ 별명

김문수 경기지사는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각종 수도권 규제로 고통받고 있는 도민들의 고통 해결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이같은 김 지사의 열의는 직접 현장을 다니며 보고 들은 체험에서 나온다. 그래서 ‘체험 삶의 현장 도백(道伯)’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 지사의 이같은 열정은 지난해 8월말 수도권 규제 완화에 비판적인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헬기로 최전방 지역인 경기 북부 연천까지 모셔갈 정도였다. 시가지 한복판에서 연천 군수가 도로 개설 필요성을 설명하는 와중에 ‘뻥’ 하고 대포 소리가 들리자 성 위원장이 깜짝 놀랐다. 잠시 뒤 또 ‘뻥’. 성 위원장이 “도대체 얼마만에 한 번씩 쏩니까”하고 묻자 군수는 태연하게 “하루 종일 쏩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시 포 소리가 이어지자 성 위원장이 “이래 가지고 어떻게 살지요”라고 다시 물었다. 군수는 “도저히 못 삽니다. 일년 내내 쏩니다. 주민들이 자꾸 떠나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후 성 위원장은 연천과 관련된 내용이 위원회에 올라오면 다 들어준다고 한다.

앞서 김 지사는 8월초 청와대 시도지사 전체회의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입’을 다물게 하기도 했다. 그는 “연천의 군사보호구역 규제가 여전하다고 하자 노 대통령이 ‘많이 풀어주지 않았느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연천의 99.83%가 군사보호구역이었는데 풀어주셔서 이제 98%가 됐습니다’라고 하니까 아무 말씀도 않더라”고 전했다.

1년 동안 황당한 규제 피해 실태도 절감했다. 김 지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사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마당에 하수구 뚜껑이 있는데, 그 뚜껑을 기준으로 오른쪽만 하수처리구역”이라며 “같은 마당에서 하수처리구역이 아닌 쪽은 건축허가가 안 나서 시설을 못 짓는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사장들과 간담회 도중 “농부뿐 아니라 우리도 후계자가 없다. 자식한테 아버지 공장 맡으라고 하면 ‘왜 나한테 공장하라고 하냐’고 대든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김 지사는 “공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문제인데,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말라고 하니, ‘위에 있는 분’이 너무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명숙 전 총리 시절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지은 임대주택의 개발 전과 후 사진을 보여주며 ‘어느 쪽이 더 녹지가 많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정부도 지저분하게 창고만 많은 그린벨트보다 도시계획이 잘 된 그린벨트가 녹지가 더 많다는 것을 알지만 환경론자 때문에 쉽게 안 된다”고 말했다.

워낙 현장 중심 행정을 고집하다 보니 며칠 전에는 동두천시 수해 복구 교각 준공식에 갔다가 봉변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시민 한명이 갑자기 연단 쪽으로 우산을 집어던져 김 지사와 동두천 시장 사이에 떨어졌던 것. 그러나 김 지사는 오히려 “시장에게 물어보니 주한미군 이전으로 장사가 안 되니까 인구도 줄고 사람들이 많이 거칠어졌다고 하더라”며 “오죽하면 시민들이 저렇게까지 나오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약력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고(1970년 졸업) ▲서울대 경영학과(1970 ~ 1994)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1974)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초대 노조위원장(1978 ~ 1980)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1985) ▲민중당 노동위원장(1990) ▲15·16·17대 국회의원(신한국당·한나라당, 경기 부천소사) ▲한나라당 노동위원장(1998 ~ 2000)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2001 ~ 2002)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2003. 12) ▲제32대 경기도 도지사(2006.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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