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임정현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1년 동안 ‘수도권 규제 혁파 전도사’로 활약했다. 김 지사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규제도 ‘한국적 규제’를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며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성장점(成長點)으로 규제만 없으면 쑥쑥 클 수 있는 곳”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중, 삼중의 중첩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역 주민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1개 정도(규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지만 너무 가혹한 짐은 이제 그만 지우라고 한다”며 절절한 규제 피해 실태를 전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남은 임기 동안 수도권 규제 개선의 전략적인 추진을 위해 ‘규제개혁 마스터 플랜’을 마련, 불합리한 규제 개선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1년 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수도권 규제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가장 큰 문제가 3중 규제다. 애초 수도권 규제는 인구 과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40년 이상 인구가 줄고 있는 연천, 가평, 양평, 옹진, 강화, 여주 등을 과밀이라고 해 공장도 못짓고 대학도 못짓게 하고 있다. 두번째가 군사규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 경기도 총 면적의 22%(7억평)다. 연천의 98%, 파주의 9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런 지역은 수도권 과밀 규제에 최전방 접경지역이어서 아무 것도 못한다. 미군 부대는 다 빠져나가 술 장사도 안되는데, 포천 사격장에는 여전히 오키나와 주일미군이 와서 연습하고 있다. 훈련장까지 다 (주한미군기지 이전 지역으로) 가져가든지, 아니면 군부대가 그대로 남아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다음에 물 규제가 있다. 양평, 가평, 여주, 이천 등은 수도권 규제에 군사 규제, 거기다 물 규제까지 겪고 있다. 그래서 하나씩만 (규제)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물 규제를 하는 곳은 다른 것은 좀 풀어주고, 접경지역은 국방만 확실하게 하고 나머지는 좀 풀어줘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천 사례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은 물 규제 때문에 안된다고 해놓고 특전사 군부대를 받으라고 하니까 주민들이 돼지를 죽이고 난리가 난 것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됐나.

“폐지가 원안이다. 수정법은 1982년 군사정권 초기 생긴 법으로, 당시 책상에 앉아서 서울, 경기, 인천을 다 수도권으로 정했다. 수원, 성남, 부천 등은 과밀이 맞지만 시골, 섬 이런 곳을 과밀이라고 할 수 있나. 수정법은 시대적으로 이미 사명이 끝났다. 그동안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난개발로 이어졌다. 법을 폐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벽이 너무 두껍다. 지방에서 ‘수도권만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냐’고 반대한다. 그래서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로 대체입법을 하려고 한다. 지방에서도 수긍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타협, 양보한 것이다.”

―정부를 상대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지금 법에 따르면 대공장은 입지(立地) 금지로 돼 있다. 대공장을 할 사람도 없는데 무슨 입지를 금지하는가. 삼성 정도가 여력이 있을 뿐이다. LG도 지금 대공장 투자 안하고, 현대도 안한다. 투자할 사람도 없는데 하지 말라는 법만 있다. 대학 신설·증설·이전도 못하게 돼 있다. 경기도에 포천 대진대, 고양 항공대 둘밖에 없다. 저 넓은 땅에 공장도 못짓고 대학도 못지으면 할 게 뭐가 있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서로 상대 파이를 빼앗아야 내가 잘산다고 생각하는데.

“한마디로‘제로섬(zero - sum·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상태)’ 게임으로 보는데, 그게 아니다. 경기도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8위다. 소득이 8등밖에 안 되는데 경기도가 서울과 비슷한 줄 안다. 물론 수원, 분당, 일산 이런 곳은 괜찮다. 그럼 과연 동두천, 포천, 연천, 가평, 여주 같은 곳은 어떤가. 전국에 그만큼 못사는 곳이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잘사는 길이 있는데, 그 길로 안가려고 하니까 문제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지역 규제 등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남은 임기 동안 규제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경기 북부 접경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미군은 떠나는데 사격장은 남아있는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해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돈 지원을 못한다면 대학이나 공장 같은 것은 짓게 해줘야 한다. 동부지역도 문제다. 팔당 유역 7개 시·군 하수처리율이 63%다. 서울은 99%다. 내 임기 중에 하수처리율을 80% 정도까지 높이는 게 목표이다.”

―규제중심 행정의 폐해는.

“외국인들이 더 느낀다. 지난 1996년 이천에 놀이공원을 만들려다 포기한 덴마크 레고그룹 사례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사정을 모르니까 의심이 많고,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규제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틈새와 미로를 찾아 넘어가야 한다. 그러다가 외국 사람들은 여기 와서 뭐하러 샛길로 다니냐면서 중국, 베트남 같은 대로(大路)를 선택한다. 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를 해야 한다. 도쿄, 런던 이런 곳은 다 규제를 풀었다. 베이징에 무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있나. 그린벨트도 계속 있어야 된다는데 맞지 않다. 지금은 집을 지어도 다 환경을 생각하며 짓는 시대다.”

―‘정치인 김문수’의 변신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아직 꿈이 많이 남아 있나.

“꿈이 이제 자라고 있다. 10년 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먹고 살 길이 무엇인가가 꿈이다. 서비스업이 살 길인데 그럼 무슨 서비스인가. 답은 고급 인력을 이용한 서비스다. 고품질, 하이테크, 글로벌 교육이다. 우리도 국내용 평준화 교육에 매달릴 게 아니라 중국 대학을 능가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중국 대학촌은 300만 ~ 400만평에 한꺼번에 대학을 10개씩 짓는다. 1년만에 대학생 20만명이 들어올 수 있는 ‘대학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 단적으로 경기도 이 넓은 곳에 5성급 호텔이 한 개다. 서비스가 되기 힘든 조건이다. 5성급 호텔은 풀어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벨트(belt)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와서 마음껏 놀고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인터뷰=오승훈 정치부차장
정리 = 김충남·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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