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특성화’ 공감… 규제완화엔 속도차

수도권 규제 완화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겐 난제(難題) 중의 하나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기업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차기 정부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12년에야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범 여권 대선 주자로 누가 되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수도권의 숨통도 틔워주는 ‘이중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각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특성화를 통한 지방 발전’을 주장하면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선 묘한 속도차를 드러냈다.

◆ 수도권 규제 완화 속도차 = 문화일보가 최근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수도권 규제 완화 및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서면 질의를 실시한 결과, 규제 완화에 가장 적극적인 범여권 주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였다.

손 전 지사는 “21세기에도 지난 1960년대 개발시대처럼 모든 경제활동을 국가가 선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잘못된 수도권 정책이 출발한다”며 인식의 전환을 주장했다. 경기지사 재직 시절 파주에 LG필립스 LCD 공장을 유치한 손 전 지사는 “당시 경기도의 경쟁상대는 대만이었다”며 “수도권을 규제하면 국내·외 기업들이 지방으로 간다는 것은 협소한 시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지방분권화를 통해 지방정부가 스스로에 맞는 특화발전 전략을 세워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천정배 의원 등은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무(無)로 돌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 모두 미래 수도권의 발전 전략을 지식기반·첨단·친환경 산업에서 찾았다.

정 전 의장은 “개성의 생산단지, 인천의 물류, 서울의 금융 등 남북한을 아우르는 수도권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수도권 정책에 개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각종 개발 및 건축행위에 대한 제한과 규제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지방 특성화 한 목소리 = 범여권 주자들은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해 특화발전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는 지역 발전 전략을 세우고 집행하는 데 이르기까지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고, 중앙정부는 ‘지원자’ 역할로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 전 의장은 “공공기관 이전 등 하드웨어를 강제로 이전하는 ‘1차원적 방식’을 넘어 자율과 책임의 원칙 하에 지역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바꾸고 특성화 발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전국에 동일하게 부과된 각종 규제를 지역별 특성에 따라 자율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부산은 물류, 대구·포항은 소재, 목포는 항공우주, 광양은 석유화학, 금강권은 정밀부품, 강원권은 의료·생명, 제주는 역외금융센터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신설될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세수를 일정 기간 균형발전특별회계로 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장치산업 중심의 제조업이 지방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방의 인재 유치를 위해 지방대학 지원·육성 등 교육환경 개선에 집중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색있는 한반도 개조 구상 = 각 주자들은 ‘햇볕정책’계승자를 자임하면서 통일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한반도 개조 구상을 쏟아냈다.

‘평화시장론’을 핵심 정책으로 내건 정 전 의장은 ▲서울과 인천, 개성을 잇는 ‘3각 평화경제 복합특구’ 조성 ▲남북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로 재구성 등을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을 통한 ‘X자형 국토 개발’ 구상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부산~서울~평양~신의주 축과 목포~서울~원산~청진·나진 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경제권’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을 중소기업의 수출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천 의원은 ▲개성공단과 김포 일대를 ‘한반도 경제 네트워크’의 거점 지역으로 육성 ▲동해안을 따라 관광·에너지 벨트를 조성해 시베리아·사할린과 연결 ▲일본과 연계해 남해안을 첨단 소재산업 벨트로 육성 등의 구상을 제시했다.

손 전 지사는 ‘개성~파주 남북 경제특구 설치’, ‘동해안 남북 관광교류특구 설치’ 등 남북한을 아우르는 발전 전략도 제시했지만, 한국 내부의 개조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한강, 낙동강, 금강·영산강 등 ‘3대 대도시권’, 인천·안면도·새만금·압해도·광양·부산 등 ‘6대 개방특구’ 건설을 통해 지역별 특화 발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한강권은 동북아 비즈니스 포털로, 낙동강권은 동북아 물류 포털로, 금강·영산강권은 동북아 지식 포털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오남석·김성훈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