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정책’ 4년… 문제 뭔가

노무현 정부 최대 국가 시책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시행 4년여만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애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간 상생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규제 유지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비수도권 발전도 여전히 지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모두에서 불만이 터져나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오히려 지역간 갈등만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문제 = 노무현 정부는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수도권의 억제를 통해 지역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 전략에 의거하여 전 국토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현 정부는 이를 위해 공공부문 이전 등을 통한 지역혁신 역량 강화(1단계), 지방에 획기적 투자 유인 제공(2단계) 등 단계적 균형발전 정책을 내걸었다. 1단계(2004~2008년)에만 127조원이 투자되는 거대 사업이다.

수도권 정책은 선별적 규제 완화를 기본 기조로 삼았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 공장은 일부 허용하고,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은 불허했다.

제3차 수도권 정비계획(2006~2020년)은 공장총량제 등 현행 규제를 유지하면서 2010년 이후 ‘계획관리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수도권 규제는 지방 발전 속도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풀어준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1차 국가균형발전계획에 대한 분석 및 평가’보고서에서 “2004~2005년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에 따르면, 전국적인 균형발전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경기·인천과 충청권은 전국 평균(2004년 5.02%, 2005년 3.87%)을 상회했으나 전남·북 및 강원권은 평균을 밑돌아 균형발전 정책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북은 2004년 5.20%, 2005년 3.03%로 평균 정도에 불과했다.

이 보고서는 또 1차 계획의 문제점에 대해 “전국 16개 시도가 4개씩 전략산업을 선정했으나 바이오생물산업은 10개 지자체가, 정보통신산업은 6개, 전자정보기기 산업은 3개 지자체가 선정해 과다 경쟁과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기조와 방향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9일 “수도권으로 공장이 오겠다면 오게 해줘야지 정부가 강제로 할당해서는 안된다”면서 “과거 수도권 개념에 집착해 잘못된 청사진을 만든 것이 균형발전 정책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간을 다투는 국제경쟁시대에 선(先) 지방 육성,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쓰면 경쟁 상대들이 우리를 기다려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예컨대 수도권을 국제금융의 ‘허브’로 육성한다고 하면서 금융 관련 공공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역발전 정책과 수도권 정책은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 리처드슨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6월 숭실대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노 대통령의 지역 균형개발 정책은 모호한 관념이자 손에 잡히는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상생발전의 묘책은 = 당장 ‘수도권 대(對) 비수도권’이라는 대립 구도를 벗어나 수도권은 규제완화를 통해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고, 비수도권은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산업 등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정한 ‘상생발전 전략’을 구사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는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획기적인 투자 유인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단순히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촉진보다는 물류, 세제, 규제 면에서 경쟁 국가보다 더 많은 특혜를 부여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권의 발전은 지방의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결국 지방의 발전을 가져오는 ‘윈윈 전략’”이라며 “특히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도쿄(東京)권과 대등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수도권, 비수도권의 구분은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충남·김성훈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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