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리공정만 조건부허용… 道 “공장 증설도 허가해달라”

최근 수도권 규제 갈등의 상징적 사안으로 부각됐던 경기 이천 하이닉스 공장은 지난달 25일 정부 발표로 일단 기존 공장설비를 구리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정부는 공장 증설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반면, 경기도는 증설도 당연히 허가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무방류 시스템(오염된 폐수를 처리한 뒤 방류수를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자체 재사용하는 시스템) 설치를 전제로 구리공정 전환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수준인 회로선폭 50나노급 미세회로를 만들려면 현재의 알루미늄 대신 구리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구리가 특정수질 유해 물질로 규정돼 있어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있는 이천 공장의 구리공정 전환이 불가능했다.

구리공정 전환이 이뤄지려면 수질환경보전법의 손질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하이닉스가 무방류 시스템을 설치하고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구리공정은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 문제와 얽혀있는 이천 공장 증설은 아직도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사실상 정부 방침은 공장을 증설하지 않는채 기존 시설의 구리공정 전환 허용만 검토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이천은 자연보전권역으로 적용돼 있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공장 증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경기도측은 어차피 구리공정 허용을 위해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면, 차제에 관련 법을 한꺼번에 고쳐 공장 증설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도 올해 착공한 청주공장 증설을 비롯, 2010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해 매년 구리를 쓰는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1개씩 지여야 하기 때문에 이천 공장의 남는 부지에 공장 증설을 희망하고 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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