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98%-파주 92% 군사보호구역… 軍 반대로 지역 개발 번번이 좌절

북한과 얼굴을 맞댄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 지역은 ‘수도권의 오지’로 통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복 규제로 인해 개발은 커녕 주택 개·보수, 증·개축 등 기본적인 재산권 행사마저 제한돼온 지 오래기 때문이다. 경기도 전체 면적 1만183㎢의 21.7%인 221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서울시 면적(605㎢)의 3.7배다.

특히 연천과 파주의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연천군 면적 695.61㎢의 98.0%인 681.94㎢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파주시도 전체면적(672.57㎢)의 92.6%(623.0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보호구역이 아닌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군사시설보호법은 주택 등 구조물의 신·증축과 토지형질 변경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까지 법 규정에 묶여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면적이 서울의 1.14배인 연천군 인구는 지난해말 현재 4만6723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내 웬만한 동 인구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재정자립도도 28.6%에 불과하다.

지역 개발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연천군은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총 860억원을 투입, 종합 스키 레저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포기했다. 진지가 다수 훼손되고 도로 관측 사계가 제한된다는 이유로 군 당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파주시도 지난 2004년 종합 의료기관 유치를 추진하다 뜻을 접었다. 역시 군 당국의 동의를 얻지 못해서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그에 따른 미군공여지 반환이 ‘가뭄 끝의 단비’로 여겨지지만, 이를 통해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긴 이르다. 산재돼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각종 규제로 인해 계획적인 개발 보다는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 북부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수십년 간 희생돼왔지만, 보상은 커녕 더 심한 규제만 받아왔다”며 “도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만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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