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당신’ 등의 시집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 도종환씨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시를 비롯해 적지 않은 시인들의 작품들이 내용이 첨삭되거나 제목까지 바뀌는 등 변형돼 돌아다니고 심지어 쓰지도 않은 시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도 시인은 26일 도서출판 창비가 운영하는 인터넷 ‘창비주간논평’에 올린 ‘인터넷에서 수난받는 시작품들’이라는 글에서 2연으로 구성된 자신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3연으로 한 단락 더 붙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비슷한 여러 사례들을 소개했다.

한 회사의 사외보 편집자로부터 “이 시를 게재하려고 인터넷에서 가져왔다”며 확인을 부탁받고 시를 보니 앞의 내용과 똑같은 구문, 똑같은 어법으로 말잇기 방식을 취하는 한 연이 더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도 시인은 “문제는 내가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글이 내 시가 되어 사보에 실리고, 그것이 또 사람들 사이에 옮겨다니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 시인은 또 “지난주에는 서강대 교지 편집장이 내 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가 이번 호의 기획 내용을 모두 아우르는 것 같다며 교지의 여는 시로 싣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면서 “그런데 나는 이런 제목의 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KBS 일일연속극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도 시인 시라고 소개된 글이 있었다. 드라마에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시의 제목을 달고 읊어졌고 그것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글은 시가 아니라 도 시인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에 수록된 ‘강물에 띄우는 편지’라는 산문의 일부분이었다는 것. 이 글이 누군가에 의해 행갈이되고 제목이 붙고 시로 바뀌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의 다른 버전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많은 네티즌들이 저마다 자기 희망사항을 담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를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는데, 문제는 자기의 소망을 담은 시를 자기 이름으로 올리지 않고 도 시인의 이름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도 시인은 “나만 이런가 하고 동료시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들 이구동성으로 같은 하소연을 한다. 정호승, 안도현 시인 등도 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런 글을 원문에 맞게 정리하고 바로잡아주는 백신프로그램이 개발되거나 사이트가 만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며 글을 맺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