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전국금속노동조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를 위한 부분 파업에 불참키로 결정한 가운데 25일 오전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차 아산공장 그랜저TG, NF소나타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정상 근무하고 있다. 아산 = 곽성호기자

‘불법파업 해결없이 초일류 기업 요원하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포함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을 바라보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시선에 냉소적인 기류가 가득하다. 노조가 불법 정치파업에 나서는 기업이 세계 초일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25∼27일로 예정된 부분파업은 철회하겠지만, 오는 28∼29일 전체파업은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8∼29일 전체파업에 참가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서만 두번째 파업을 하는 것이다. 또 올 하반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임단협을 하면서 또 다시 파업을 하면 한 해 동안 무려 세 번이나 파업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도요타 배우려다 GM 닮아간다” = 올 2월26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너무 많은 파업(A Strike Too Many)’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주·야간 2교대 작업 추가투입을 놓고 1년 가까이 노사갈등을 빚은 현대차 전주공장의 사례를 기사화한 것이다. 뉴스위크는 “대한민국 전주는 (미국 미시간주의 자동차 생산중심지인) 디트로이트와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지만, 두 도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강성 노조”라고 말문을 열었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현대차의 이익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35%나 하락했다”며 “환율하락을 제외하면 노사분규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10년 전부터 세계 최고라는 일본의 도요타를 모방해왔지만, 이제는 도요타는 물론 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최근 1만3000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한 크라이슬러처럼, 어느 날 수만 장의 해고통지서가 현대차로 날아들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도대체 일년에 몇 번 파업을 하나?” =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1월17일까지 이미 한 차례 파업을 한 적이 있다. 올 1월 파업에 따른 생산손실액만 2667억원(1만8513대)이었다. 금속노조의 한·미 FTA 비준 저지를 위한 파업은 올들어서만 두번째인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또 지난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대비 8.90%, 통상급 대비 7.26%인 12만8805원의 임금인상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또 ▲올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성과금으로 정액 지급 ▲정년을 현 58세에서 60세로 연장 ▲차종 투입 및 생산물량 노사간 합의 ▲지역사회공헌기금 조성 등도 임단협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이밖에도 ▲전주공장 주간연속 2교대제 조기실시 ▲전 직군 직무조사 요구건 ▲물량부족에 따른 임금감소분 확보 방안 마련 등도 별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7월초부터 본격적인 노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와의 산별교섭과 현대차 노조와의 지부교섭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지수(국민대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일년에 몇 번씩이나 파업을 하는 회사가 어떻게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겠느냐”며 “현대차 노조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몇년 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 뒤에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