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금 보도 방식은 부처에서 얘기한 것을 받아 적은 뒤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나오는 것” “언론이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하게 돼 기획과 연구중심의 보도가 될 것”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언론전문가들은 “언론현실에 무지할 뿐만 아니라 언론계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학계와 언론단체 등 언론계는 “한마디로 궤변”이라고 일축하며 “청와대는 사이비 기자만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기본방향에 변화가 없는 만큼 원안대로 추진한다”며 “이번 방안으로 취재 관행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통해 부처 출입제도가 약화돼 기획과 연구중심으로 보도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에 앞서 24일 “언론과 정부 모두 상당기간 불편하겠지만 언론은 취재방식과 스타일, 정부는 언론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 과정은 언론의 품질을 높여 국민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한 보도가 “직종 이기주의에 따라 과장·왜곡 보도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 통합적 연구중심 보도와 ‘글로벌 스탠더드’ = 부처 출입기자실 제도 폐지로 “언론이 사안에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하게 돼 기획과 연구 중심의 보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청와대 주장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일제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한마디로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기본적으로 팩트(fact)가 충실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단순 보도도, 제대로 된 기획보도도, 연구 중심의 보도도 가능하지 않다”며 “청와대의 주장은 속된 말로 ‘야마’(주제) 잡아서 앉아서 책 보고 대충 쓰라는 것으로 제대로 된 기획 취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의무는 언론이 연구 중심의 보도를 하는지, 통합적 기획보도를 하는지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지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고 취재에 충실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취재 환경을 국제 규범에 맞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도무지 어떤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하는 것인지 몰라도 매우 잘못된 정보”라며 “브리핑 제도의 전문화, 취재의 전문화가 세계적 추세인데 한 곳에서 통합 브리핑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국제 규범에 맞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브리핑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브리핑룸 통폐합으로 오히려 긴급히 알려야 할 사안이 뒤늦게 전달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국제 규범의 후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반발은 직종 이기주의? = 청와대 측은 또 “지금 보도 방식은 부처에서 얘기한 것을 받아 적은 뒤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나오는 것으로 현재 부처별 출입기자제로는 도저히 언론의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며 “언론계의 반발은 특권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폄하했다.

이에 대해 조준상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이번 상황에 대한 우려와 반발은 직종이기주와 무관하다”며 “정부가 말하는 출입처 중심의 잘못된 취재관행은 이미 상당부분 개선된 상태이며, 하루에 3, 4개씩 기사를 출고해야 하는 한국 기자의 노동 조건에서 정부 조치로 취재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대한 반발”이라며고 못박았다. 조 정책실장은 또 “정부가 나서서 취재 관행을 바꾸겠다거나 연구 중심의 기사를 쓰게 하겠다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정일용 기자협회장도 “취재가 불가능해지는 것에 대한 지적이 왜 특권을 누리려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언론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 대신 국민의 알 권리 신장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숙·전영선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