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공개배포하지만 여전히 기자실을 통한 대국민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의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의 주요 부처에는 모두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설치돼 있다. 퇴근 이후나 공휴일에는 당직자를 지정해 언론의 문의에 답하기도 한다.

백악관은 요즘 기존의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새롭게 수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즐겨 시청했다는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에도 백악관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자주 나온다. 현재 백악관과 길 하나를 두고 떨어진 임시 기자실에는 상주 기자 100여명을 위한 부스가 마련돼 있다. 브리핑룸에는 앞줄의 CNN·AP통신·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 지정석을 포함해 100여석이 마련돼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브리핑은 CSPN 등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며 속기록이 곧바로 배포된다. 미 국방부 역시 9·11테러 당시 공격을 받은 이후 보안검색이 철저하지만 주요 언론사 상주기자들을 위한 부스가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출입기자들을 위한 별도의 아침 간담회도 갖는다. 오전 10시쯤 대변인실에 모여 그날의 조간뉴스 등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는다. 지난 1월 북·미 간의 베를린 직접회동도 이 시간대에 나왔다. 한국의 정부부처가 몇년 전 기자실을 모든 매체에 공개한 것과 달리 미국 정부는 상주출입기자를 매우 까다롭게 심사한다. 국무부 기자출입증을 받으려면 일일 브리핑에 6개월 이상 개근해야 한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되려면 국무부나 의회 등 정부 기관의 인증을 받은 후, 역시 일정 기간 꾸준히 백악관 브리핑에 참여해야 한다. 백악관은 출입기자들에게만 대통령의 분 단위 일정이나 발표문을 사전에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1890년 메이지(明治) 정부 때 국회 출입기자들이 ‘의회기자클럽’을 만든 이후 현재까지 각 기자실마다 상주하는 출입기자클럽(한국의 기자단)이 존재한다. 최초에 친교를 목적으로 결성됐던 기자클럽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의회나 관청 등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일본 신문협회는 1997년 기자클럽의 설립목적을 ‘취재활동의 거점’으로 재정립했다. 현재 일본 중앙정부부처 대부분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자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각 부처 기자클럽은 언론사별로 수명의 기자들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공무원들이 수시로 이곳을 들러 공식 브리핑을 한다. 일부 신문사나 방송사별로 소규모의 클럽이 결성돼 취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도 취재 독점과 정보유착 문제로 기자클럽 폐지 움직임이 있었다. 나가노(長野)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개혁을 내걸고 일시적으로 기자클럽을 폐지하기도 했지만 단체장이 바뀌면서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자실 폐쇄 문제 등을 논의한 적은 없다.

이영희기자 misquick@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