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군은 하늘이 아니라 지상에 머물며 전면 ‘정비전쟁’ 중입니다.” 주력전투기 KF16의 서해추락, 차세대전투기 F15K의 바퀴가 활주로 이동 중 맨홀에 빠지는 어이없는 사고, 전투기 엔진정비 예산 전용과 정비기록서 조작 파문 등을 겪으며 신뢰가 곤두박질친 공군이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취임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은 최근 공군 관계자들에게 “5월 말까지 직무상의 실수나 문제점, 비리를 고백하면 최대한 정상 참작을 하겠지만 그 이후에 문제가 적발되면 용서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말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고온 예비역 중위 김모(30)씨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공군 분위기를 겪고 나왔다.

김씨는 “사고 관련 전투기 엔진 정비사들 중 제대자뿐 아니라 캐나다 이민자에게도 비행기표를 보내줄 테니 귀국해 몇년 전에 실시한 엔진정비 기록 확인절차를 밟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표한 대로 “정비불량 사고 후유증으로 공군에 ‘정비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수술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이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고 국민들로부터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KF16 추락후 공군의 직무감찰에 이은 3월 국방부 감사,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군 안팎에서는 공군의 신규 전력증강과 정비체계 비율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군은 최근 5년간 공군의 장비유지 예산 증가율은 0.5%로, 이 기간 물가상승률 약 3%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비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비예산만으로 공군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역대 공참총장들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전력증강 등 신규 획득사업에는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표시가 안 나는 정비분야는 등한시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운용유지비 대 신규사업 비율이 미국의 경우 6대 4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은 4대 6으로 책정,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군은 1987년부터 F16을 도입한 뒤 2개 비행단을 추가로 갖췄으나, 구형 F5 팬텀 정비에 이르기까지 정비 추가소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에 걸맞은 정비 비용증액 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앞으로 참모총장에는 경영마인드를 갖춘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