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9일 한화그룹 경호과장 진모(40)씨를 재조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짓고 이르면 10일 김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9일 “조사를 받은 한화그룹 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이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진씨에게 미루고 있는 부분이 있어 최종확인이 필요하다”며 “이날 중 진씨를 소환해 재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씨에 대한 재조사가 끝나면 수사는 거의 마무리된다”며 “김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이르면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임을 시사했다.

경찰청 인사도 “김 회장 차남 친구 이모(22)씨와 보복폭행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범서방파 행동대장출신 오모(54)씨는 현재 잠적 중이거나 해외도피 중이어서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이들 외에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는 끝나는 등 수사가 막바지단계인 만큼 이번 주내에 김 회장에 대한 영장신청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진씨를 남대문서로 불러 서울 북창동과 청담동, 청계산 등지에서 종업원 폭행에 가담했는지 여부와 김 회장 부자의 동행 여부, 조직폭력배 및 한화협력업체 동원 의혹, 피해자들의 납치 감금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진씨는 지난 6일 사건을 처음 조사를 했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모 경위를 피의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었다.

한편 지난 9일 경찰에 출두한 한화그룹 김모(51) 비서실장은 “청담동 G주점에서 경호원 5, 6명과 함께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데려갔는데 누가 때렸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청계산에서 다시 북창동 S클럽으로 이동한 뒤에 김 회장이 왔으며 청계산 현장에는 김 회장 부자는 없었다”며 김 회장 부자의 폭행가담은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폭행 피해자들은 같은날 오후 서울청 광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 차남이 청계산) 폭행 현장에서 ‘아버지’라고 불렀다”며 김 회장 부자가 청계산에 있었음을 재차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한 통화기록에도 김 회장 차남이 청계산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김 실장이 김 회장 부자를 대신해 책임을 뒤집어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김석·김병채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