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1월 제정된 대한민국국기법(이하 국기법)에서 삭제했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포함시킨 국기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3일 “지난해 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국기법에서 삭제하는 대신에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합의한 결과에 따라 각 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달 23일 입법예고했다”며 “현재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13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령안을 만든 후 내달 중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황인평 행자부 의정관은 “국기법이 공포되는 7월27일에 시행령도 함께 발효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충남도교육위원회에서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72년에 문교부가 전국 각급 학교에 암송 교육안을 지시했고, 이후 유신 정권 내내 정권 유지를 위한 애국심 강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84년에 대통령령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가 법령으로 공식화했으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4년에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이 새 국기법을 발의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맹세’ 규정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이의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국회 안팎에서 논란이 가열됐고, 결국 지난해 말 행자위 법안 심사소위는 “국기법에서 ‘맹세’ 규정을 삭제하되, 시행령 등에서 최종 결정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행자부 의정팀은 “국민 여론에 따라 국회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한 것인 만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발효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황 의정관은 “작년에 언론기관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존치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국기에 대한 맹세가 유신 시대 때 정권 유지에 악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태극기를 경시하는 풍조를 탈피하고 애국심을 강화하기 위해 ‘맹세’를 유지하자는 것이 말없는 국민 다수의 의견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시행령안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지식인들과 네티즌 사이에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 보수 지식인인 소설가 복거일씨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의식을 통해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은 국가의 좁은 테두리가 아니라 세계인을 향한 애정을 강조할 때”라며 “국기에 대한 맹세는 사라져도 좋다”고 강조했다. 네티즌 ‘감자탕’과 ‘묵혼님’도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긴 하지만, 국가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국민들의 애국심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젊은 세대들의 국가관 확립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 ‘국민의 도리’도 “선진민주국가인 미국도 현재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행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역시 찬성 의견을 밝혔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