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개막전을 지켜봤다. 일본은 우리와는 달리 개막전 우선권을 전년도 성적이 아닌 2년 전 순위로 결정한다. 2년 전엔 요코하마가 3위, 요미우리가 5위였다.

필자는 일본 야구경기를 자주 접해보았지만 개막전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양팀의 연습이 끝난 뒤 미 해군 7함대 군악대의 연주가 펼쳐졌고 곧이어 이날 개막전의 하이라이트인 시구가 있었다. 시구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4명이다. 시구자인 호시노, 포수는 다부치, 타자는 야마모토, 주심은 오노였는데 이들은 모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감독과 코치들이다.

시구자인 호시노 대표팀 감독은 시구에 앞서 마이크를 넘겨받더니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반드시 따겠다고 말했고 3만명에 이르는 관중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외야의 중앙 펜스가 열리더니 로켓맨이 등장했다. 사회자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기위해 특수 제작한 황금색 공을 호시노 감독에게 전달한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바람을 잡았다. 관중들의 함성이 야구장을 뒤덮었다.

로켓맨은 중견수 뒤에서 날아오랐고 마운드 근처에 착륙한 뒤 황금색 공을 호시노 감독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호시노 감독은 이 공으로 시구했다. 시구는 원바운드가 됐는데 타자인 야마모토 대표팀 코치가 다시 시구하라고 요구, 기어코 두 번째 공을 받아때렸다. 다시 시구하는 건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인데, 관중들은 한 편의 코믹한 스포츠 드라마를 만끽했다. 대한야구협회 이사인 필자가 보기엔 다소유치했지만 그 정성은 부러웠다.

우리 프로야구가 겨울잠을 깨고 오늘 팬들 곁으로 다가간다. 26번째 개막전이 치러진다. 필자는 대구, 한화, 수원, 잠실구장의 시구자 명단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김시진 현대 감독이 직접 현대 개막전의 시구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다음주에 열리는 문학구장의 개막전에서도 김성근 SK 감독이 시구를 맡는다.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지난 25년의 시구자를 살펴보면 정치인과 연예인 일색이었다. 역대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현장의 감독이 시구한 예는 없었다. 그들의 힘찬 시구가 올 한해 프로야구의 힘찬 전진을 위한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www.gbk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