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자금을 북측에 전액 반환하는 대신 북한이 이 돈을 모두 인도적 사업에 쓰기로 합의함으로써 BDA 문제 해결과 관련한 ‘고도의 정치적 해법’을 일궈냈다.

즉 북한과 미국은 BDA 문제가 당초 법적 차원에서 발생했지만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임을 감안해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가장 시급한 동결계좌 문제의 완전 해결을 이뤄냈고, 미국은 미국대로 명분과 체면을 세우는 ‘정치적 윈 - 윈’의 해결방식을 꾀하게 됐다. 북한과 미국 및 중국 3자는 지난 주말 몇 차례의 긴밀한 물밑협의를 통해 일요일인 18일 오후 늦게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19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성명을 읽고 “북측과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자금을 전액 베이징(北京)에 있는 중궈인항(中國銀行) 내 북한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통해 반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또 “이는 전액 교육 및 인도적 차원에 쓰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쓰일 자금의 용처와 구체적인 액수 등은 북한과 미국이 사후 재협의를 통해 국제사회에 통고하는 한편 이번 합의의 이행문제를 미국과 중국 및 마카오 금융당국 3자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 및 중국 3국은 BDA 문제가 당초 법집행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였지만 북핵 6자회담 등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제정치적 현안임을 감안해 ‘원만하게 해결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북한에 관련 금액 전액을 반환하면서도 관련 금액 전액을 인도적 차원의 사업에 모두 쓰기로 함으로써 불법행위 관련 물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예금주나 기관에 동결자금을 직접 반환하지 않는다는 ‘묘수’를 택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6자회담에 앞서 핵 불능화 등을 위한 선(先) 조치로 BDA 완전 해제를 요구해왔고, 미국은 BDA 계좌 일부가 달러화 위폐 피해를 막기 위한 자국법과 유엔의 WMD 관련 물질 판매이전 조항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결국 ‘전액 인도적 차원의 사업에 쓴다’는 선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가들은 “북한과 미국 및 중국 당국의 협의 하에 마련된 이 정치적 해법이야말로 미국 정부 내 법집행 관계자들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전액 해제를 통해 북한 측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이로써 오늘(19일) 중에 BDA 문제의 해결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이에 따라 19일 중 마카오 금융당국이 ‘전액 해제’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용인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형식을 거쳐 BDA 해제 문제를 완전 해결했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