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북핵 6자회담이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된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2500만달러를 전면해제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함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BDA계좌 해제관련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미국과 북한은 BDA에 북한과 관련된 동결 자금의 처리에 대한 이해에 도달했다”며 “북한은 BDA에 동결된 대략 25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베이징 중국은행(BOC)에 개설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보낼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북한은 이 자금을 인도적 용도와 교육적 목적 등 북한 인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인도적 사용’을 전제로 BDA자금을 돌려받기로 한 것은 그동안 BDA문제가 실정법 위반 사항이므로 정치적 차원의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천명해온 미국 재무부측 입장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BDA문제가 전면해제로 결론남에 따라 지난 2005년 9월 미국이 BDA를 ‘돈세탁 우려은행’으로 지정한 뒤 18개월 동안 동북아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위기 상황이 일대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BDA문제 해결없이는 핵 활동 중단도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온 북한은 ‘2·13합의’에 따른 핵 시설 폐쇄 및 봉인 등 비핵화 초기 조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북한은 또 BDA 자금을 풀어주되, 불법행위에 직접 연관된 혐의가 있는 북측 예금주에게는 돈이 돌아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두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 당국에 의해 대량살상무기(WMD) 판매 연루기업으로 지정된 단천 상업은행이 대표적인 ‘불법행위 연루 예금주’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에 전액을 돌려주되, 불법혐의 예금주에게는 돈을 주지 않는 이같은 방식 역시 미국 정부내 법집행 관계자들의 입장과 전면해제를 요구해온 북측 입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BDA자금 해제 소식과 함께 이날 오전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6차 6자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분야별 실무그룹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또 다음달 말이나 5월초에 열릴 것으로 알려진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의 일정과 의제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복수의 6자회담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일 등은 지난 17~18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 핵폐기 초기단계 조치의 다음 단계인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절차를 병행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은 이같은 ‘불능화-신고 병행추진’ 방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6자회담에서 불능화 조치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병행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북한과 나머지 5개국간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양성욱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