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에 ‘하늘길(skywalk)’이 열린다. 이 하늘길은 유리로 포장돼 길 위에서 1200m 아래의 협곡을 그냥 볼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미국의 애리조나주가 그랜드 캐니언의 서쪽지역에 이같은 하늘길을 만들고 있으며, 다음달 오픈할 계획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하늘길이 그랜드 캐니언을 즐기는 ‘숨막히는 쾌감’을 전해줄 수 있지만, 반대로 자연훼손이라는 지적에 따라 거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1200m 상공 유리 하늘길 = ‘하늘길’은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다.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사이로 진붉은 콜로라도 강이 유유히 흐른다. 하늘길은 협곡 사이의 콜로라도 강위로 조성된다. 콜로라도강과 하늘길 사이의 거리는 무려 1200m. 북한산 백운대(836m), 인수봉(810m)보다 높다. 그 높은 하늘에서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콜로라도 강을 유유히 내려볼 수 있다.

특히 협곡 사이의 세세한 구경거리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협곡사이의 기암괴석과 인디언 거주지 등은 그동안 그랜드 캐니언 관광에서도 보기 어려운 코스다. 협곡 위에서 일부러 밑으로 내려가기도 힘들 뿐 아니라, 간혹 내려갈 수 있는 관광코스는 하루이상을 소요해야 했다.

이 하늘길은 그랜드 캐니언 관광을 ‘구경’에서 ‘탐사’로 전환시켜줄 수 있다. 협곡 사이에는 인디언 부족인 ‘후알라파이’ 거주촌이 있다. 이 하늘길을 강하게 추진한 것도 이 부족이다. 인디언 부족의 한 관계자는 “2000명의 인디언들이 50%의 실업률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하늘길이 새로운 삶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돈에 눈먼 발상’ 비난도 = 하늘길은 1마일(1.6㎞)의 길이의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다. 100만파운드의 강철과 90t의 유리가 하늘길에 놓이게 된다. 공사비만 4000만달러(약 400억원)나 소요됐다. 현재 10달러수준인 입장료는 25달러로 부쩍 올라간다. 특히 이 하늘길이 완성되면 100마일(160㎞)이나 되는 그 일대 협곡(사우스 림 지역)을 따라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알라파이 인디언부족은 이미 하늘길 외에도 호텔과 레스토랑, 골프장 등의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환경론자들은 이 때문에 하늘길의 건설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랜드 캐니언의 자연스러운 환경을 망쳐놓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의 전직 책임자였던 로버트 아른버거는 “마치 대규모 카니발 축제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왜 이곳을 이렇게 더럽히느냐”고 주장했다. 이 공사를 계획한 인디언 부족을 가리켜 “돈에 눈이 멀었다”면서 “그보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디언 원주민의 절규도 만만치 않다. 후알라파이 부족의 책임자중 한 명인 셰리 옐로호크는 “그랜드 캐니언엔 이미 1년에 450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디즈니랜드나 마찬가지가 됐다”면서 “그동안 그들이 차를 몰고 들어오는데도 무슨 해결책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120마일 떨어진 이곳이 하늘길의 건설로 카지노에 뺏긴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