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23년간 봉직하고 정년퇴임하는 영국 교수님이 고별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야 컴패션(Compassion)이 생깁니다. ‘Compassion’은 사전적 의미의 ‘동정’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예의, 배려, 측은지심, 사랑을 다 합친 말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 이웃들이 새해에는 꼭 책읽기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Compassion’을 가슴에 품기를 소망합니다.

내년은 정치권의 선거 등으로 어지러운 한 해가 되겠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보통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여유를 잃지 않는 이웃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새해 소망은 아주 평범한 교수 장영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2, 3년간의 투병생활 때문에 암환자 장영희로 더 많이 알려진 듯합니다. 이제부턴 저에 관한 이야기가 아무 뉴스도 되지 않는 평범한 선생이 되어서 수업도 재미있게, 글쓰기도 재미있게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새해에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줄 수 있는 글을 열심히 쓸 생각입니다. 초여름에는 수필집을 내려고 합니다. 잡지 ‘샘터’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서 펴낼 것입니다. 청소년 대상 문학 가이드북도 생각하고 있다. 번역 작품으로는 현재 맡고 있는 세 작품을 우선 마친 다음에 한국 입양아가 등장하는, 미국 여성작가 앤 타일러의 최신작을 우리말로 옮기고 싶습니다.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