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베어링 유통업체 ‘유일FA시스템’을 운영하는 이명수(44)씨.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지금은 어엿한 중소기업 사장이 됐지만 외환위기 때 맛본 실직의 고통은 아직도 그의 뇌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창업을 선택했고, 9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명함에는 ‘사장’이라는 직함이 선명히 박혀 있다.

유리공장 직원으로 6년간 일했던 이씨의 삶은 1997년 9월 외환위기와 함께 회사가 파산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실업자가 된 이씨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노렸지만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었다. 다들 정리해고다 명예퇴직이다 하면서 몸집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이씨는 “계속 취직에 실패하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베어링 부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던 친구에게 눈길이 끌렸다. 작은 업체였지만 물건이 잘 팔렸다. 남들이 쉽게 손대지 않는 업종이라는 매력도 있었다. 이씨는 친구 업체에서 일을 배우면서 평소 좋아하던 컴퓨터 실력을 발휘,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반응이 좋았다. 하루에 20~30통씩 문의전화가 올 정도였다. 심지어는 외국에서도 문의가 들어왔다. 이씨는 무릎을 쳤다. 그는 “여기서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0년 12월, 이씨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중앙유통단지에 ‘유일FA시스템’이라는 온라인 유통업체를 차렸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특정 제조업체와 계약하고 특정 브랜드 제품만 팔고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해 브랜드 제약 없이 다양한 제품을 취급했다. 그는 “업계에서 대체 ‘유일’이라는 회사가 얼마나 큰 회사이기에 없는 물건이 없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며 웃음을 지었다.

컴퓨터에 능해 이씨가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장점이었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즉시 홈페이지에 올렸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로 홈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이후 인터넷 유통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대부분 위탁업체를 통해 홈페이지를 운영했기 때문에 이씨의 업체를 당해낼 수 없었다. 이씨는 “온라인 업체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며 끊임없이 홈페이지를 개선하는 ‘관리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씨의 업체는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경기 위축으로 올해는 매출이 다소 위축됐지만 이씨는 이제 자신감이 넘친다. 이씨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떤 조건에서나 위기는 있다”며 “그러나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매 상황마다 대책을 마련한다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