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丁亥年) 새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의 국난(國難)이라는 외환위기를 겪은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정부는 외환위기 발생 4년만인 지난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대한 공식 졸업을 선언, 외형적으론 일찌감치 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은 지금 환희의 축배 대신에 또다른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무위로 끝난 북핵 6자회담에 따른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을 둘러싼 거품(버블)논쟁,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가계발(發) 경제위기론, 상생(相生)을 외면한 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사관계, 무한개방시대를 예고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선거(12월19일)가 있어 더 불안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대란이 모두 대선을 앞두고 정치논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터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표를 겨냥해 경제이슈를 선점하고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려 실종되면 경제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지난 두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똑똑히 목격했다.

지난 10년은 어쩌면 일본보다 더한 ‘잃어버린 10년’일지도 모른다. 1995년 처음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를 돌파한 후 무려 11년간 2만달러 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했기 때문이다. 김중웅 전 현대경제연구원 회장은 “경제규모에 걸맞게 정치, 사회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국가가 선진국으로 진입한 예가 없다”고 말했다.

‘복돼지해’이기도 한 올해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또다른 위기에 빠져 후퇴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한국은 지난해 괄목할 업적을 쌓았다. 외환보유액은 세계 5위에 올라있고,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올해는 1인당 GDP 2만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인당 GDP 2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잣대로 인식되는 숫자다.

하지만 우리에게 놓여진 상황은 간단치 않다. 2007년이 오히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리더십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켜온 노무현 정부는 리더십 부재에 빠져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권레이스에 돌입한 정치권으로선 민생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정치가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화일보가 새해부터 시작하는 ‘점프 업 코리아(Jump up! Korea)’ 시리즈는 도약이냐, 퇴보냐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호의 방향타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별 자기성찰의 기회이자, 한국이 진정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는지를 되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최준영기자 cjy1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