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응모작을 읽고 난 첫 번째 느낌은 문학평론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응모작의 태반이, 왜 이런 대상에 대해, 왜 이런 형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여, 마치 비평에 대한 개념이 자명한 틀로 전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자명성에 대한 성찰이 없는 한, 문제의식의 열도도 분석의 깊이도 개성적인 사유도 생겨나기 어렵다. 비평이라는 물건 자체가,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자명성의 표면을 천착하여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지 않은가. 이면을 읽어내는 사유와 대상을 맥락화하는 논리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글이 어떻게 단순한 독후감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을까. 자기가 선택한 대상이나 테마에 대한 관심과 애착도 모두 이 같은 이면 읽기의 에너지로 수렴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신춘문예 응모작이라면 모름지기 한 비평 정신이 자신의 탄생을 알리는 고고성이어야 한다. 단순한 읽기나 기왕의 논의에 대한 성찰 없는 반복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응모작들의 대부분은 모두 문학비평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마땅치 않은 글감에 대해 청탁을 받고 마지못해 쓴 기성 평론가의 글 같았다. 대상에 대한 애정도, 스스로 찾아낸 문제에 대한 발견의 기쁨도 없이 그저 밋밋하기만 했다. 그런 중에도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신순재씨의 ‘여성의 육체가 욕망하는 것’이었다. 이 글은, 그다지 평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의 의미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확보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여 독자를 설득해 내는 마지막 힘이 약했고, 또한 인용 처리와 근거 확보 등의 기본적인 요건이 부실하여, 아무래도 당선작으로 내세우기는 힘들었다. 당선작을 내지 못해 아쉽다. 예비 평론가들의 배전의 노력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조남현, 서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