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그동안 ‘잠룡(潛龍)’으로 불리던 대선 주자들이 용틀임을 하는 해가 될 것이다. 잠룡들이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기존 주자와 호각지세를 이루는 주자도 나올 것이고, 그중 일부는 현실 정치라는 벽에 부닥쳐 날개가 꺾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제2의 노풍(盧風)’을 꿈꾸는 여야의 잠룡들은 무려 20여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대선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 범여권 = 가장 두각을 보이는 범여권의 잠룡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최근 ‘충청 중심론’을 내놨다. 사실상 정치 입문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활동 시기와 형식이 최대 관심사다. 기존 여권 주자간 세력 관계를 면밀히 살피면서 운신의 폭을 넓힐 시기와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김혁규·김부겸 의원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더 이상 잠룡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그만큼 물밑 활동이 활발하다는 얘기다. 천 의원은 ‘민생개혁세력 대통합’을 기치로 통합신당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고, 김부겸 의원은 제3지대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주창하고 있다. 김혁규 의원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여권 내 ‘영남 후보론’을 디딤돌 삼아 친노그룹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 복귀 시점과 복귀 후 친노그룹 주자로 나설지가 관심사고, 연초 복귀가 확실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여당의 새 의장을 맡을지가 주목된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최근 서울시장 후보 시절 도움을 준 여권 인사들과 만나는 등 현실 정치와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와 추미애 전 의원도 여권 내 잠재적인 여성 후보군이다. 대통령 정무 특보로 활약하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도 여전히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다.

◆ 야권 = 범여권에 비해 야권의 잠룡들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이다. ‘빅3(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구도가 정립된 한나라당은 최근 소장개혁파를 대표하는 원희룡 의원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잠룡들의 세가 약해졌다. 개혁파인 초선의 고진화 의원도 최근 “2007년 대한민국을 행복국가로 디자인하겠다”며 사실상 경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잠룡은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오을 의원과 ‘반값 아파트’로 뜬 3선의 홍준표 의원, 김태호 경남지사, 김진선 강원지사 정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들은 더이상 잠룡이 아니다. 내년 4월 당 경선을 향해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과 문성현 대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본선 출마 2회 경력의 권 의원에 맞서 노 의원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심 의원도 서민 중심의 경제개혁을 모토로 뛰고 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